
환경유해물질 배출로 주요 환경감시 대상인 현대제철과, 이들을 감시하는 민간환경감시센터 및 센터 수탁운영 기관인 당진환경운동연합이 과다한 금액의 술자리에 함께해 논란을 빚고 있다.
△당진시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 △당진화력발전소(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 △당진환경운동연합 △현대제철 △당진발전본부 직원 △당진시 기후환경과·환경관리사업소 공무원 등 12~14명은 지난 15일 원당동에 위치한 한우전문점에서 회식을 진행했다.
당진시대가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회식자리에서 123만9600원(1인당 약 9~1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의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고, 식비는 현대제철에서 지불했다. 이는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식비 기준(1인당 3만 원)을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이해충돌방지법 저촉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술자리 회식 장면을 같은 식당에 있었던 모 시민단체 대표가 목격하면서 사진을 찍어 소들섬송전탑반대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제보했고, 대책위는 지난 21일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들이 회식을 진행한 날은 소들섬 일대 송전탑 지중화를 위한 차량행동이 진행된 날이었으나, 차량행진 및 집회에 당진환경운동연합은 참여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긴급성명 발표
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대기업의 환경문제를 관리·감독하는 당진시와 감시기구인 센터 관계자가 주요 환경감시 대상인 기업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독성물질 배출로 문제가 된 현대제철을 감시하기 위해 당진시는 민간환경감시센터를 설치했고, 이를 당진환경운동연합이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다”면서 “감시자가 피감시자와 어울렸다는 사실 자체로 당진환경운동연합은 환경운동단체의 정체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유착에 대해 시민사회는 충격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본분을 망각한 행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의 회식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범법행위로,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면서 “고급 소고기 안주와 음주로 얼큰하게 취한 이번 자리가 한 차례의 만남이 아닌 여러 번 반복된 만남이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당진시의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며 법률 위반 혐의로 해당 공무원과 당사자들을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접대 아닌 소통 위한 자리”
김학로 소들섬송전탑반대 시민대책위원장은 “당진의 주요 현안인 환경문제와 관련한 감사기관 및 시민단체와 피감업체 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환경단체의 윤리적 문제 뿐만 아니라 법을 위반한 사안으로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측은 “올해 기후환경과장이 바뀐데다, 두 곳의 민간환경감시센터와 주요 사업장인 현대제철·당진화력과 협력해야 할 게 많은데 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 같아 만나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한다는 제안에 초대받고 갔다”며 “접대는 전혀 아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소통의 자리를 가지면서 참석한 기관·단체·기업이 돌아가면서 식비를 계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들섬 철탑 문제와 관련해) 그간의 과정을 전혀 모르면서 당진환경운동연합에 대한 공격이 지나친 것 같다”며 “성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다소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회식자리에 참석한 당진시 공무원은 “기업과 환경단체가 서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 갈등만 심화되다 보니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조율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며 “좋은 의도였는데 이렇게 비화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계산한 현대제철에 식비 반환”
이번 사안에 대해 당진시 감사법무담당관은 공무원과 민간위탁기관 직원의 법률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법무담당관 측은 “이번 사태를 엄중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대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두 개의 민간위탁기관과 당진시 공무원이 참석해 식사한 장소이기 때문에 대가성을 입증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면서 “청탁금지법에서 예외 규정으로 원활한 직무수행시 식사는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회식 당시) 가액한도를 미쳐 챙기지 못했으나, 인지한 시점에서 (식비를) 반환한 것을 확인했다”며 “전 직원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당진시 공무원 뿐만 아니라 두 곳의 민간환경감시센터의 경우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공무원만 징계 대상에 해당하고, 민간위탁기관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12명? 14명?
한편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8조 3항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식사·다과·주류·음료 등)은 1인당 3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당진시 보고자료에 따르면 현장에는 당진시 기후환경과·환경관리사업소 공무원 4명과 당진시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 직원 2명, 당진화력발전소(당진발전본부) 민간환경감시센터 직원 2명, 당진환경운동연합 활동가 2명, 현대제철 직원 2명, 당진발전본부 직원 2명 등 총 14명이 참석했다고 명시돼 있다. 참석자들은 성명서가 발표된 이후, 식비를 지불한 현대제철 측에 1인당 식비(8만8550원)를 각자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직후 진행한 당진시대 취재 당시 당진환경운동연합 측에서는 “당진시 공무원 2명 등 각 기관·단체·기업에서 각각 2명씩(총 12명) 참석했다”고 밝혀 참석인원과 1인당 식비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