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당진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마을의 모습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없어진 마을이나 없어질 위기에 처한 마을, 또한 자연마을 중에서도 농촌 고령화로 인해 전통의 맥이 끊길 상황에 놓인 마을 등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세 잊힐지도 모르는 마을들이 존재한다. 지역주민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마을의 이야기를 신문 지면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기록한다.
※ 이 기사는 2024년도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으로 취재·보도합니다. 기사 내용은 유튜브 채널 ‘당진방송’을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옹기종기 집집들이 모여 살며 서로 돕고, 정을 나누던 마을이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시내권에서는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웃의 얼굴은 물론, 층간소음과 주차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일들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아파트 속에서도 공동체는 피어난다. 당진3동 원당8통은 27년 전 청구아파트가 세워지고, ‘원당8통’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새겨진 곳이다. 당진 시내권에서도 고층 아파트로는 네 번째로 지어졌을 정도로, 일찍이 자리 잡은 아파트다. 아파트가 세워진 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곳에는 여전히 정(情)이 남아 있다.
원당동은?
원당동은 당진의 중심 시가지에서 북동쪽으로 5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마을 한 가운데 시곡천이 흐르는 원당동은 예부터 ‘원당골’ 또는 ‘원당리(元堂里)’로 불려 왔다. 1914년 행정 구역이 통폐합 되면서 동면의 석보리, 정안리, 율사리, 여사동 등을 통합해 ‘원당리’가 되고 당진군 이배면에 편입됐다. 이배면은 이후 당진면으로 개칭됐으며 1963년 당진읍으로 승격됐다. 2012년 당진군이 당진시로 승격될 때 ‘원당동’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당진3동에 속하게 됐다. 현재 원당동은 점점 당진 중심 시가지가 커지면서 택지 개발이 원활히 이뤄졌고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이다.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뤄진 것으로, 그 옛날의 모습이 많이 사라진 곳이다.
봄이면 아름다운 아파트
원당8통도 과거의 부락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처음 아파트가 들어설 때부터 입주한 주민들은 물론, 새로운 입주민까지 하나가 되어 함께 하는 공동체는 자연부락과 같았다. 또한 그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 주민 단합을 자랑한다. 온라인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오늘은 꽃 심는 날’, ‘오늘은 고추장 담는 날’이라는 글만 남겨도, 하나둘 주민들이 나와 손을 거든다. 주민들의 단합에 30여 년이 가까운 아파트지만 봄이면 튤립부터 철쭉 등 꽃이 아름답게 피고, 가을이면 공동 텃밭에 심은 결실이 맺힌다. 이금순 원당8통 통장은 “특이하게 원당8통은 아파트 관리소장부터 통장, 부녀회장, 노인회장이 모두 여자”라며 “서로 단합도 잘 되고, 마을에 일이 있으면 다들 협조를 잘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5년째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김승자 소장은 “아파트지만 아파트가 오래 되다 보니 자연부락과 흡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른 곳과의 차별점”이라며 “요즘 현대식 아파트는 주변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원당8통의 청구아파트는 이웃과 사이가 좋고 사업도 서로 화합하면서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텃밭 함께 운영하고 나눠
원당8통의 주요 사업에는 공동텃밭이 있다. 지난해만 해도 옥수수와 감자, 열무, 배추 등을 심고 키웠다. 수확한 농작물은 판매하기도 하고, 김치로 담가 이웃에게 나누기도 했다. 오랜 아파트라 입주민도 점차 고령화 되면서 요양원으로 많이 떠났다. 원당8통은 떠난 주민들이 있는 요양원을 찾아 음식도 나누고, 안부를 확인하며 계속해 따뜻한 정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감자나 옥수수를 쪄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기도 했다고. 지난해 텃밭 활동에 참여했던 이희숙 씨는 “관리소부터 이웃까지 텃밭 일에 동참해서 어려운 줄 모르고 재밌게 했다”며 “서로 돕는 즐거움이 있고, 또 어려운 사람들 도울 때면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에 원당8통 부녀회(회장 이태용)가 지난해 우리마을 사랑운동에서 근면상을 수상키도 했다. 근면상을 수상하며 받은 시상금을 희망2024 나눔캠페인에 기탁하며 훈훈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아이도 함께 키우는 원당8통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도시화가 이뤄지고,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에는 이 말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원당8통은 주민들의 합심으로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있다. 지난해도 진행했던 방과후프로그램은 3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의 입주민 자녀가 참여할 수 있다. 6개월 동안 국영수의 기본 과목은 물론, 구연동화나 미술, 화분 가꾸기 등의 다양한 학습 활동이 이뤄졌다. 방과후선생님부터 보조교사, 안전요원도 모두 입주민이 맡았다. 또한 노인회(회장 이영자) 어르신들도 아이들과 함께 화초 가꾸기를 하는 등 하나가 되어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향후 원당8통은 아이들 2~3명을 한 명의 교사가 맡아 방과 후 돌봄을 실현하고, 저녁에는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화합이 돋보이는 때는 단연 체육대회다. 이금순 통장은 “체육대회 때 주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항상 주민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당진시지회 소속으로 현재 원당8통에서 주민 댄스 강의를 하고 있는 이경미 씨는 “원당8통의 분위기가 좋다”며 “다른 동네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화합이 잘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