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향 가득했던 마을이 옥토의 푸른 들판으로 변모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대호지면 적서리 4반에는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이웃을 가족처럼 여기는 따듯한 마음이다. 대호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적서리는 바다와 작별했지만 주민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바다의 넉넉함처럼 출렁인다. 특히 갯벌에 돌이 많아 ‘돌개’라 불리던 적서리 4반은 2020년 12월 ‘돌개영농법인’을 설립하고, 돌처럼 단단한 공동체 정신을 자랑한다.

영농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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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두레와 계

적서리 4반에는 여전히 ‘두레’와 ‘계’ 같은 전통적인 공동체 활동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기쁨은 나누고 슬픔은 나누는 정신, 협동심이 마을 곳곳에 스며있다. 주민들은 대소사를 함께 치러왔다. 과거 바다에서 공동으로 굴을 양식하고 논밭에서 함께 모내기를 하던 협동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특히 자연부락 이름 ‘돌개’에서 따온 ‘돌개영농법인’은 단순한 영농법인이 아니다. 마을의 전통 풍습을 이어가는 현대식 ‘두레’이자 ‘계’인 셈이다. 송연덕 회장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 활동을 위해서는 소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영농법인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돌개영농법인은 마을의 농사일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못자리부터 시작해 벼 수확까지 영농 대행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농업 신기술을 배우고 전파에도 힘쓴다. 심건수 총무는 “조합원 중에는 무논점파나 가루쌀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 신기술을 공부한다”며 “공부에 그치지 않고 좋은 신기술이 있다면 주변 농가에도 이어지도록 한다”고 전했다.

국내 여행을 넘어 해외여행까지 이뤄지고 있다. 오사카 여행 모습
국내 여행을 넘어 해외여행까지 이뤄지고 있다. 오사카 여행 모습
중국 여행 모습.
중국 여행 모습.
베트남 달랏 여행
베트남 달랏 여행

마을 연례 여행 경비 지원

현재 17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돌개영농법인의 주요 목적은 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 환원이다. 법인 설립 목적대로 법인의 수익은 조합원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사용된다. 특히, 25가구 46명이 거주하는 4반 주민들의 연례 여행 경비로 활용된다.

김종호 고문은 “연례 여행은 제주도, 독도 등 국내에서 안 가본 곳이 없다”며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도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남우용 조합원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어르신을 위해 젊은이들이 휠체어와 밀차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여행 중 어르신을 업어서 가기도 한다고 한다.

적서리 4반 울릉도, 독도 탐방 모습. 돌개영농법인은 수익금을 마을 연례 여행 경비로 사용한다.
적서리 4반 울릉도, 독도 탐방 모습. 돌개영농법인은 수익금을 마을 연례 여행 경비로 사용한다.
독도, 울릉도 여행 시 감동적인 일화를 만들어준 주인공 송애자 할머니
독도, 울릉도 여행 시 감동적인 일화를 만들어준 주인공 송애자 할머니

마을 발전과 주민 복지 동시 추구

감동적인 일화도 있다. 독도·울릉도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95세 가까이 되는 어르신도 함께 갔다. 이때 어르신이 아들에게 독도와 울릉도에 왔다며 연락을 했는데, 나중에 아들이 돌개영농조합법인에 ‘내가 못한 아들 역할을 대신해 줘서 너무 고맙고, 감동했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 것.

올해도 가을 추수 후 여행이 예정돼 있다. 심 총무는 “이렇게 조합원들을 위해 꾸준히 자금을 환원하는 법인이 전국에서 얼마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송 회장은 “전통적인 공동체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마을의 발전과 주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농촌 환경 속에서도 주민들의 단합과 협력을 통해 마을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남 조합원은 “우리 사례는 농촌 지역의 공동체 정신과 현대적 경영 방식을 조화롭게 결합한 모범 사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