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면 앞바다에 우뚝 솟은 ‘영웅바위’가 지역 사회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조선시대 문헌과 고지도에 그 존재가 분명히 기록된 이 바위는 충청남도와 당진시의 역사적·문화적 자산일 뿐 아니라 행정 경계를 가르는 상징적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초 경기도 관할로 잘못 표기된 교과서와 공공 자료가 발견되면서, 소유권과 문화유산 보존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지 바위 하나의 소재지 표기 오류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 자산에 대한 인식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의회와 당진시의회는 영웅바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바다 위에 솟은 전설의 바위

영웅바위는 송악읍 한진포구 동쪽 약 3.1km 해상(행정구역상으론 신평면 매산리에 속함)에 위치한 암초섬 형태의 바위다. 썰물 때면 높이 약 15m, 둘레 약 60m의 장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에는 ‘영공암(令公巖)’ 또는 ‘영옹암(令翁岩)’으로 불리며 『조선왕조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 다수의 역사서에 명시된 충청남도 연안의 대표적 지형물 중 하나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이 아산만으로 침입해올 때 이 바위가 장수의 형상으로 변해 침입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민간 전승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해양방어의 상징으로 기능해 왔음을 보여준다.

2011년에는 당진시 향토문화유적 제11호로 지정됐으며, 2020년에는 해상 경계 분쟁 이후 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현재는 행정적으로 당진시에 속하지만, 바다 위라는 특수한 위치 탓에 도계 문제의 중심에 놓여왔다.

경계 논란의 상징… 잘못된 표기, 왜곡된 인식

지난 3월, 경기도 사이버도서관의 온라인 자료와 일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영웅바위가 ‘경기도 평택시 소재’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역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바로잡지 않으면 해당 바위의 문화재적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진시는 관련 내용의 수정을 요청하는 한편 문화체육과는 용역을 발주하고 본격적으로 도문화재지정 신청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당진시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현재 영웅바위에 당진시 깃발과 표지석을 설치했으며, 도문화재 지정을 위한 용역을 마무리 하고 곧 충남도에 도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충남도의회 홍기후 의원(당진3·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열린 제359회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영웅바위가 충남도와 당진시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명백히 하고,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2021년 매립지 도계분쟁에서 충남이 경기도에 패소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웅바위의 행정·지리적 소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올해 초 경기도 관할로 잘못 표기된 교과서와 공공 자료가 제작돼 배포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관련해 충남도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도문화재로 지정해 충남과 당진시의 문화유산임을 공고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진시의회 윤명수 의원도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일부 자료는 수정됐지만 여전히 포털 검색 결과 등에서는 영웅바위 소재가 경기도로 표기돼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학생들과 국민들이 영웅바위를 평택의 문화유산으로 오인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유산 보존의 단계별 로드맵 필요

현재 영웅바위는 당진시의 향토문화유산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와 지역 의원들은 “현행 등급으로는 전국적인 인식제고나 체계적 보존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충남도 문화재 지정, 국가지정문화유산 승격 등을 포함한 단계별 보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기후 의원은 “영웅바위를 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명수 의원도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화재청 등록을 추진해야 한다”며 “당진시는 자료 수집과 학술적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두 의원 모두 디지털 홍보 콘텐츠와 교육자료 제작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영웅바위에 얽힌 설화와 역사, 자연 지형으로서의 가치 등을 영상과 디지털 북 등으로 구현해, 도민은 물론 전국민에게 널리알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웅바위, 단순한 바위를 넘어선 상징

영웅바위는 단순한 해상 암석이 아니다. 이 바위는 당진 지역민의 기억 속에서 조상들의 투혼과 공동체의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로 남아있다. 또한 충남과 경기의 경계를 가르는 지리적 기준점으로서, 행정적 판단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영웅바위는 지역의 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 동시에 행정·지리적 기준의 실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는 명확한 문화재적 위상 확보와 체계적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행정 경계를 둘러싼 혼란과 더불어,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유통되며 문화적 자산이 왜곡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과거를 지키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

“지역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은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자존감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게 정체성을 물려주는 일입니다.”

홍기후 의원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문화재 등록 경쟁과 지역 상징 확보 움직임 속에서, 영웅바위는 충남과 당진의 역사적 뿌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표기 오류 시정에 그치지 않고 영웅바위를 당진시민, 충남도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제도적, 행정적, 홍보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그것 이야말로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 역사를 계승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