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 외국인 노동자가 실직을 한 뒤 당장 갈 곳이 없어지자 가지고 있던 중고차에서 생활을 이어갔다. 추운 날씨로 건강까지 위협 받을 상황에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이 사연을 듣고 이 외국인 노동자가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긴급 숙박 지원에 들어갔다.

위기의 노동자는 어디든지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할 타국인 데다가 언어까지 자유롭지 못해 더더욱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대게 외국인 노동자들은 취업 비자의 한 종류인 E-9 발급 받는다. E-9 비자의 경우 퇴사 후 1개월 이내 고용노동부를 통해 구직 신청을 해야 하며,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더 이상 국내 체류가 불가능해진다. 바로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당진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중국에서 온 한 외국인 여성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이 되도록 이직을 하지 못한 상황에 처해졌다. 당장 며칠 안으로 취업에 성공하지 않으면 당장 출국해야 하는 신세에 놓였다. 이때도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나서 이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 강제로 출국되기 바로 전날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현재 당진YMCA(이사장 박근식)가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2017년부터 당진버스터미널 내에 운영해 오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실직을 당하거나 혹은 이직으로 갈 곳이 없어진 외국인 근로자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쉼터’의 필요성에 공감해 왔다.

이를 위해 수년 전부터 외국인노동자 쉼터 개소를 위해 애써 온 결과, 충남도로부터 위탁을 받아 읍내동에 당진 첫 외국인노동자 쉼터를 개소했다. 현재 충남에서는 천안과 당진, 단 두 곳에만 외국인근로자쉼터가 마련돼 있다.

외국인근로자쉼터는 어떤 곳인가요?

외국인근로자쉼터는 말 그대로 ‘쉼터’다. 아쉽게도 단층으로 이뤄져 있어 현재는 남성 근로자만이 이용할 수 있다. 실직을 당하거나 혹은 아파서 회사를 그만두는 등 다양한 이유에 의해 거처를 잃었다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충남도의 지원으로 무료로 가능하다.

당진에 마련된 충남광역외국인노동자센터는 최대 2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이 이곳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편하게 잘 곳은 물론, 식사와 목욕, 빨래 공간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

식사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들의 입맛을 위해 재료를 구비해 놓으면 직접 주방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봉사자를 두어 여러 나라의 간단한 음식까지 준비할 예정이다.

이곳은 따로 규칙이 없다. 공동 생활이기에 서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거처를 잃어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안전을 위해 3명의 봉사자들이 순회하면서 함께 숙식할 예정이다.

또한, 당진YMCA가 현재 위탁하고 있는 당진시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와도 연계가 가능해 통역 서비스와 취업 상담 등까지도 제공한다. 이로써 시너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충남광역외국인노동자쉼터는 당진 외에 충남권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도 이용할 수 있다. 권중원 센터장은 “직장을 잃고 갈 곳이 없어진 외국인 노동자들이 편히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쉼터는 유연하게 운영될 것”이라며 “당진외국인지원센터와 연계해 구직활동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은 물론 고용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소 전 벌써 입소자 생겨

지난 8일 개소에 앞서 이미 입소자가 발생했다. 천안에 있는 외국인노동자쉼터의 이용자가 많아 입소할 수 없었던 네팔의 한 외국인노동자가 이곳을 찾았다. 네팔의 외국인 노동자는 다행히 이곳에서 주거 안정을 취한 뒤 취업에 성공해 3일 만에 퇴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또 이미 입소 대기자도 있다. 현재 당진에서 근무하는 캄보디아에서 온 30대 남성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곳에 찾아 일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경기가 좋아 급여 여건이 좋았지만, 경기 악화로 인해 현재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급여가 삭감된 상황에서 이 외국인 근로자 남성이 고용 불안을 느꼈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당장 회사를 그만둔다면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아직 한국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처를 따로 마련하기도 넉넉지 않다고. 이 상황에서 외국인근로자쉼터를 알게 돼 입소가 예정돼 있다.

권중원 센터장은 “실제로 취업처를 구하지 못해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본국으로 가지 않으려고 불법인력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쉼터에서 쉬면서 취업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개소 예배에 이어 개소식까지 개최

지난 8일 개소예배에 이어 11일에는 개소식이 열렸다. 개소 예배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감사예배에서는 안준상 7대 당진YMCA 이사장이 기도를, 문정숙 6대 이사장이 성경봉독을 했으며 이어 한선호 직전 이사장이 ‘쉬게 하리라’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이어 바로 진행된 개소식에서는 충남외국인노동자쉼터의 경과와 운영 보고가 안내됐으며, 박근식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떡 거팅식과 단체 사진, 현판식으로 마무리했다.

박근식 이사장은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외국인 노동자를 케어하고, 보살피는 데 주저함이 없도록 당진YMCA에서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쉼터의 다양한 사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