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바르샤바 공항은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로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선했다. 폴란드에 최초로 보내진 이재명 정부 특사로서 대한민국의 비전과 대통령의 친서를 잘 전달하고 한-폴란드 관계개선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이번 외교 일정을 수행했다.

지난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5일간 비교적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다양한 폴란드의 지도자들을 만나서 양국 간 경제, 문화,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 확대와 미래를 향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K-방산, 유럽의 심장을 두드리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정 중 하나는 한-폴란드 방산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베이다(Bejda)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를 비롯한 방산 분야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이었다. 폴란드는 NATO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동부의 안보 최전선 국가로, 최근 몇 년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력 증강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이다.

한국은 이미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우수한 무기체계를 폴란드에 수출해왔으며, 이제는 K-잠수함이라는 해양 전략자산을 통해 방산협력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계약금액이 65억 달러(약 9조 1000억 원)로 단일 방산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K-2 전차 2차 폴란드 수출 이행계약과 함께, 현지 생산 확대 및 기술 이전 등 실질적 협력 방안에 대해 폴란드 측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며 상호 신뢰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바르샤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현대 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우리나라 주요 방산기업의 법인장 및 대표들과 도시락 오찬을 함께하며, 폴란드를 ‘유럽 방산 수출의 전략적 기지’로 삼기 위한 공동의 비전과 실천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총 한 자루 만들기 어려웠던 대한민국이 이제 유럽 한복판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을 제치고 첨단 방산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과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민주주의의 연대, 바웬사에서 빛의 혁명까지

이번 특사 파견에는 방산을 넘어선 또 다른 깊은 의미가 있었다. 폴란드 역시 민주주의를 향한 치열한 투쟁의 역사를 지닌 나라다. 그 중심에는 1980년대 자유노조 연대를 결성하고 공산정권에 맞서 싸운 레흐 바웬사(Lech Walesa)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1990년 폴란드 최초의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민주화의 물꼬를 텄으며 그 공으로 우리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35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국경이 열리는 등 당시 폴란드 민주주의의 역사적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기억이 있기에 바웬사가 상징하는 폴란드 민주화의 여정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었다.

우리도 최근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낸 ‘빛의 혁명’이 있었다. 오직 시민의 힘으로,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총 한 방 쏘지 않고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되찾은 우리나라는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출범이라는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썼다. 폴란드 정치인들과 지도층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깊이 공감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과 역량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특사단은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시코르스키 부총리겸 외교부장관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국민주권 정부의 국정 철학과 대외정책 방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 등을 설명하며 양국 간 민주적 연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현지기업 간담회, 생생한 목소리를 듣다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의 간담회 역시 매우 뜻깊은 일정이었다. 폴란드는 방산 외에도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 건설, 에너지 분야 등에 우리나라 기업 400여 개가 진출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폴란드는 유럽 내 우리의 5대 교역국이자 한국 기업의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전초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유럽 현지에서 활동 중인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 및 폴란드 정부에 대한 기대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관련 건의사항은 폴란드 정부 측에 잘 전달하여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시코르스키 부총리, 헤스티아 상원 외교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방산을 넘어 경제, 에너지, 인프라, 사이버보안,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폴란드 신공항 건설, 고속철도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기회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거리는 멀지만, 마음은 가까운 친구, 폴란드

이번 특사 임무를 통해 깨달은 사실은 한국과 폴란드는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역사를 공유하고, K-방산을 중심으로 굳건한 신뢰 속에 안보 협력을 강화해온 좋은 친구라는 점이다.

폴란드는 3800만 명의 인구에 남한의 4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80%가 드넓은 평야로 이루어진 유럽의 곡창지대이다. 우리 교민도 지상사(支商社) 주재원 가족들 해서 4천여 명이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도 양국은 미래산업, 에너지, 인프라,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며 한-폴 우정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희망찬 미래를 함께 열어 나아가길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국익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도록 의원외교의 최전선에서 끝까지 헌신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