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손길은 유난히 분주하다. 잘 부탁한다는 말 대신 정성껏 빚은 떡과 한과, 오래 두고 먹을 정과와 육포에 마음을 눌러 담는다.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음식에 담아 보내는 것, 그것이 예부터 이어온 ‘이바지’의 의미다.

이선미당진쌀연구소를 운영하는 이선미 대표와의 대화에서 느껴진 것은 정성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을 단순한 기술로 여기기보다 자식을 시집 보내는 엄마의 마음처럼 임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전통은 기술이 아닌 ‘마음’이었다.

더담식문화자원연구소에서 변경

이선미 대표는 지난 2016년 ‘더담식문화자원연구소’를 채운동에 열었다. 그전에는 집에서 원데이클래스와 단기요리과정 수업을 진행했다.

당시 제주도와 태안 등 전국 각지에서 수강생들이 찾아와 모텔이나 찜질방에 머물며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연구소 이름이 무엇을 하는 곳인 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을 들은 그는 ‘이선미당진쌀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

여전히 ‘쌀을 연구하 는 곳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이전보다 직관적인 이름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드는 수제 음식

‘이선미당진쌀연구소’는 건강한 식재료로 100% 수제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폐백·이바지 음식·떡·한과는 물론, 앙금플라워 떡케이크와 각종 수제청까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전문교육까지 진행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분야는 ‘이바지’라는 그는 “이바지는 우리집 음식을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상대 집안에 대한 공경과 존중을 전하는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내 딸을 잘 부탁합니다’라는 엄마의 마음” 이라고 덧붙였다.

“이바지를 주문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상대방을 위해 준비하는 거죠. 그 마음이 너무 예뻐요. 저는 그 마음을 대신 전해드리는 사람이에요.”

바로 도정한 쌀 사용

과거 적게는 12가지 많게는 18가지까지 이바지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지만 핵가족화와 간소화된 예식 문화 속에서 품목은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 이선미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몇 가지를 꼭 묻는다.

음식이 전달될 집의 가족 구성과 지역, 어르신 여부 등을 세심하게 파악해 가장 알맞은 구성을 제안한다.

또한 이선미 대표는 이바지 음식을 만들어 전달할 때 낯설 수 있는 음식인 만큼 보관 방법과 조리법을 적어 함께 전달한다. 그는 “혼인은 평생 한 번 있는 큰 행사”라며 “주문 받는 순간부터 전달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미당진쌀연구소의 또 다른 차별점은 ‘재료’다. 쌀은 바로 도정해 사 용하고, 호박가루도 수입 제품 대신 직접 찌고 으깨 만든다. 재료의 맛이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누 가 먹어도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조들의 마음이 담긴 이바지 음식

이바지 음식 하나하나에는 조상들의 바람이 담겨있다.

인절미는 찹쌀의 끈기처럼 끊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화목하게 살라는 뜻을 지녔다. 문어는 다산과 번영, 세상을 넓게 경험하라는 의미가 있고, 육포는 길게 뻗어나가듯 앞날이 평탄하길 바라는 상징이다.

이선미 대표는 “떡 하나에도 뜻이 있다”며 “이런 의미가 전해지지 않으면 가치를 모르게 된다”고 전했다. 그가 수업 현장에서도 만드는 법보다 음식에 담긴 의미를 먼저 전하는 이유다.

소꿉놀이에서 시작된 요리 인생

한편 고대면 용두리가 고향인 이선미 대표는 “소꿉놀이 때부터 요리를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빨간 벽돌을 갈아 고춧가루를 만들고 감잎으로 김치를 담갔다. 놀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엔 자연은 곧 놀이터이자 부엌이었다고.

그의 음식 기억 속에는 어머니의 손맛도 자리하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는 궁중요리의 기본이 되는 음식들을 자주 만들어주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훗날 고서를 통해 전통 음식을 연구하며 “어머니 의 밥상이 궁중에서 이어진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음식을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전통 음식이 낯설지 않았다” 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놀이와 어머니의 밥상은 자연스럽게 그의 삶의 방향이 됐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일을 즐겼다. 결혼 전에도 반찬을 만들어 주변에 건네곤 했다고. 주는 걸 좋아한다는 그의 마음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역 노인복지관과 학교 등에 음료와 건빵강정 등을 후원하며 꾸준히 정을 나누고 있다. 또한 요리 경험은 전문성으로도 이어졌다. 요리 경력 30년의 그는 한식· 중식·양식·일식·제과·제빵 등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고, 전통병과·혼례음식 지도자 과정 등을 수료했다. 각종 전국 요리대회에서 금상과 국무총리 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떡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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