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의 명성과 함께 활기가 넘쳤던 합덕읍. 번성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 한적해진 풍경이다. 이 조용한 거리에 청년들이 손수 만든 공간 하나가 새로운 이야기 를 써 내려가고 있다. 카페이자 공방, 그리고 소품샵인 ‘합덕제작소’다.

합덕파출소 맞은편 건물 2층에 자 리한 합덕제작소는 겉으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곳곳에 놓인 소품들이 어우러져 아늑한 감성을 자아낸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공간”

합덕제작소를 운영하는 류세인(36)·홍정은(32)·홍운택(30) 세 명의 청년 대표는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이라 소개한다. 한 공간 안에서 카페와 소품샵 운영은 물론 각자의 분야를 살린 공방 활동이 함께 이뤄지기 때 문이다.

맏이인 류세인 대표는 관엽식물 중심의 뜨개 작품 제작 및 판매와 회화 (미술) 수업을 담당하며(현재 출산으 로 잠시 휴식 중), 홍정은 대표는 레진 아트 제작ㆍ판매ㆍ클래스와 카페 전반을 이끈다. 막내 홍운택 대표는 인테리어 시계 브랜드 ‘오캣’ 운영과 프리랜서로 영상 편집을 하고 있다.

이곳의 흥미로운 점은 카페 및 소품샵 영업이 목·금·토요일 주 3일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나머지 요일은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며 공간의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다만 클래스의 경우 월요일을 제외한 날은 예약 후 가능하다.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와 라떼 등 기본적인 커피 외에도 생강, 레몬 등으로 직접 담근 수제청 음 료를 맛볼 수 있으며, 소품샵에서는 이들이 만든 제품 뿐 아니라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플리마켓에서 시작된 인연

지금의 합덕제작소 자리는 과거 피아노학원이었다.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고생 덕에 공간의 정체성은 더욱 선명해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함께 만든 공간이라 더 애정이 간다는 이들이다.

한편 세 사람의 인연은 3년 전 합덕 피어라 카페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출점자로 참여했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합덕 출신 배우자와의 인연으로 지역에 정착한 류세인 대표가 두 대표에게 함께 문화공간 운영을 제안하며 지난 2024년 4월 합덕제작소가 탄생했다. 세명의 대표 모두 30대 청년으로, 비슷한 성향과 가치관이 운영의 기반이 되고 있다.

“저희 세 명 모두 욕심이 크지 않아 요. 서로 의견을 존중하며 독려해요. 다툼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이유죠.”

손으로 만드는 가치

세명의 대표는 ‘손으로 직접 무언가 를 만드는 경험’에 큰 의미를 둔다. 류세인 대표는 “뜨개질의 매력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고, 홍운택 대표는 “상상한 것을 실체화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강조했다. 홍정은 대표는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고 전했다.

이들이 경험한 ‘만드는 즐 거움’은 합덕제작소의 운영 철학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만들고, 그리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쉬어가는 공간 되었으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단순한 방문객을 넘어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이 단골이 되고, 다시 친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조용히 책을 읽다 가는 손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바를 보여준다. 홍운택 대표는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합덕제작소에서 힐링하고 가는 손님들의 모습들을 볼 때 이러한 공간을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적한 합덕에 피어난 청년들의 도전

합덕제작소가 자리한 합덕읍은 유 동 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명의 대표는 이곳을 ‘작업실’로 생각하며 부담 없이 운영하고 있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공간을 지켜나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합덕제작소를 모르는 분들 이 많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올라와 보셨으면 합니다. 한 번 오 시면 그 다음부터는 편하게 찾게 되실 거예요.”

“합덕에도 문화공간 더 많아지길”

세명의 대표는 합덕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과거 번성했던 중심지였던 만큼 문화공간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다. 류세인 대표는 “대전 소제동처럼 낙후된 공간을 활용한 문화공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며 “합덕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합덕 제작소 역시 그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또한 홍정은 대표는 “앞으로 공 모사업 참여와 공간 리뉴얼 등을 통 해 보다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위치 : 합덕읍 합우로 171, 2층 (합덕 파출소 맞은편 건물, 구 바하피아노 학원) ◼문의 : 010-7357-6196 ◼운영시간 : 매주 목, 금, 토 운영. 오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클래스 예약 : 네이버 ‘합덕제작소’에 서 예약 가능. 매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