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화력 전경(사진_당진시대 DB)
당진화력 전경(사진_당진시대 DB)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의 통합 논의가 조직 효율화 단계를 넘어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입지 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전남 나주, 충남 내포신도시, 부산 북항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석탄화력 부담을 가장 크게 진 충남에서도 대응이 시작됐다. 충남도의회 홍기후 의원은 22일 통합 발전공사 본사의 충남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통합은 ‘효율’에서 ‘재생에너지 주도권’으로

발전 5사는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침에 따라 2001년 한전에서 분할돼 경쟁 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분할의 전제였던 ‘원가 경쟁’의 명분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한전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구매한 전력 가운데 발전 5사 물량은 31.1%에 그쳤다. 10년 전 60%를 웃돌던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력시장 최대 공급자로 올라선 결과다.

통합론에 불을 지핀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청사진이다. 정부의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2026~2035년)은 2030년까지 누적 100GW 보급,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이상을 목표로 하며, 이 기간 26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흩어진 공공 발전사를 하나로 묶어 대규모 공공투자를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논리다.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진행중인 통폐합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를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다. 용역에는 발전 5사 완전 통합안과 석탄화력·재생에너지 부문을 기능적으로 분리하는 안이 핵심 시나리오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는 발전 5사를 ‘한국발전공사’로 단일 통합하고 공공 재생에너지와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추진하는 내용의 발전공사법안이 발의돼 있다. 올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발전사 사장단 임기 만료 시점에 실질적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사 입지 3파전

본사 후보지로는 전남 나주, 충남 내포, 부산 북항이 거론된다. 나주는 한전 본사를 비롯해 전력거래소·한전KPS·한전KDN,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까지 전력 유관기관이 집적해 있어 정책 집행과 연구개발 시너지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전본부 한 관계자는 “구성원들은 발전 5사 완전 통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사 후보지의 경우도 내부적으로 나주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력산업 핵심 기관과 인력 공급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쏠린다는 편중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부산은 한국남부발전이 있는 북항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해양·금융 복합거점 전략과 연계해 유치 의견이 나온다. 원전·석탄·LNG 발전이 밀집한 동남권이라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충남 내포는 국가균형발전 논리에 기대고 있다. 충남은 한국서부발전(태안)과 한국중부발전(보령) 두 곳의 본사를 두고 있어 통합 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발전 5사 본사 5곳 중 2곳이 충남에 있는 만큼, 통합으로 본사가 단일화되면 충남이 가장 큰 세수·고용 손실에 노출된다. 두 회사 노조와 지역 정치권이 통합 본사의 충청권 배치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충남, 부담은 최대인데

부담의 크기는 객관적 수치로 확인된다. 환경운동연합 집계 기준 2025년 6월 현재 국내 가동 석탄발전소 61기 가운데 절반가량이 충남에 몰려 있고, 2023년 충남 석탄발전소 온실가스 배출량은 7167만 톤으로 민자를 제외한 국내 석탄발전 배출의 57%를 넘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폐쇄되는 석탄발전 28기 중 14기가 충남이며, 폐쇄는 지난해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이미 진행 중이다. 그만큼 지역자원시설세 등 지방세수 감소도 당진·보령·태안을 중심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재생에너지발전공사(가칭)’의 분리 신설이다. 화력 감축으로 줄어드는 재원을 메울 미래 투자처가 재생에너지 부문인데, 이 기능이 타 지역 신설 공사로 이관되면 충남은 손실을 자체적으로 보전하기 어려워진다. 기존 발전 인력을 신재생 부문으로 옮기는 정의로운 전환도 소속 기관이 갈라지면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고, 발전소 정비·부품을 맡아온 지역 협력업체의 기반도 함께 위축될 수 있다.

지역 정치권 대응 시작

이런 상황에서 충남도의회가 먼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남도의회 홍기후 의원은 22일 통합 발전공사 본사의 충남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충남도의회는 같은 날까지 제368회 정례회를 진행하며, 이번 회기는 7월 1일 민선 9기 출범을 앞둔 마지막 회기다.

지역 정치권은 탈석탄 정책으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는 곳이 충남인 만큼, 정책적 보상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통합 본사의 충남 존치가 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7월 출범하는 민선 9기 충남도와 당진시 등 기초지자체로서는, 단순한 유치 구호를 넘어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지역내총생산(GRDP) 감소분과 고용 타격 규모를 담은 객관적 통계를 근거로 대정부 협상에 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홍기후 도의원은 “국내 가동 석탄발전소 61기 가운데 절반가량이 충남에 몰려 있고, 그동안 석탄화력 발전과정에서 충남도민들이 많은 고통을 감내해 왔다”라며 “석탄화력 발전의 순차 폐쇄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은 물론 고용 타격 등 위기에 놓여 있어 반드시 통합발전본사가 충남에 입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