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4년 만에 배정 인원 7배 이상으로 커지며 농촌 일손 부족을 푸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상반기 대호지·신평·고대 등 3개 농협이 라오스와 몽골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해 농가 경영비 절감과 일손부족 해결이라는 성과를 냈다.
대호지·신평·고대 세 농협은 당진시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농촌에 뿌리내렸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국민연금과 근로기준법 적용, 숙소 확보 등 손봐야 할 제도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한목소리로 밝혔다. 당진시는 체계적인 입국 절차와 보험 의무화로 근로자 안전망을 넓혀 농가와 근로자가 상생하는 고용 환경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배정 4년 새 7배…4개국 14개 지방정부와 협약
당진시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은 2022년 215명에서 2024년 1205명, 2026년 1640명으로 4년 만에 7배 이상 늘었다. 시는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청하는 방식과 외국 지방정부와 직접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을 함께 활용해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배정 인원은 결혼이민자 초청 937명과 업무협약 체결국 근로자 607명으로 나뉜다. 결혼이민자 초청은 당진에 정착한 결혼이민자의 본국 가족을 불러들이는 방식이고, 업무협약은 외국 지방정부와 직접 손잡아 근로자를 데려오는 방식이다. 협력 대상은 몽골과 라오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4개국 14개 지방정부로, 시는 이들과 협력 관계를 이어 가며 안정적인 인력 공급망을 다지고 있다.
입국 인원 가운데 지난 3월 결혼이민자 초청 320여 명과 협약 근로자 230여 명이 먼저 들어왔고, 지난 4월까지 1400여 명이 순차적으로 입국했다. 특히 라오스와 맺은 협약에 따라 지난 3월 23일 70여 명이 처음 입국했고, 시는 43개 농가에 233명을 배정했다.
대호지농협 “경영비 9억 원 절감”…몽골 현지 면접
당진에서 가장 먼저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시작한 대호지농협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7500여 농가에 1만5500여 명을 공급했다. 이 사업으로 농민이 부담할 경영비를 9억3400만 원가량 줄였다.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고 우수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밑거름이 됐다.
7년차에 접어든 올해도 몽골 계절 근로자 36명을 채용해 농촌 일손 부족을 해소해 왔다. 특히 대호지농협은 올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려고 남기찬 조합장과 직원들이 영하의 추위를 무릅쓰고 먼 거리를 이동해 몽골 현지를 찾았다. 서류만 검토하지 않고 농사 경험이 풍부한 일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가려 뽑는 방식이다. 근로자를 단순한 일손으로만 보지 않고 한국어 교육과 문화 체험, 체육 활동을 지원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남기찬 조합장은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운영하며 농가 경영비를 9억 원 넘게 아꼈다”라며 “당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이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풀어 가는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에 걸친 운영 경험은 양질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노하우로 쌓였다.
대호지농협은 계절근로자 인력 운영을 위해 통역관 1명과 관리 직원, 총괄 운영자 등 3명이 전담하고 있다.
신평농협 3년차…“이제 없으면 안 될 존재”
올해로 3년째 사업을 운영하는 신평농협은 라오스 근로자를 지역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남부권 농가들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며 농가들의 만족도를 높여 가고 있다.
조성명 조합장은 “노령화로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계절근로자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안 되는 수준까지 왔다”라며 “사설 인력사무소가 하루 1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신평농협은 10만 원에 인력을 공급해 농가 원가를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라오스 근로자 대부분이 농사 경험이 있고 성실히 일해 데려다 쓴 농가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인력비가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농협이 중간에서 비용을 낮춰 준 덕분에 농가의 원가 부담도 크게 줄었다.
신평농협은 세한대학교 인근 원룸촌을 통째로 빌려 근로자에게 2인 1실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숙소에는 관리자가 상주하며 안전과 위생을 챙긴다. 하루 이용료 10만 원 가운데 농협이 1만 원을 보조해 농가는 9만 원만 부담한다. 사설 인력사무소보다 3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신평농협은 근로자가 일하지 못하는 날에도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매달 월급제로 정산해, 근로자들이 사설 업체보다 농협을 선호한다고 조 조합장은 설명했다.
또한 신평농협은 언어 소통 문제를 통역사와 휴대전화 번역으로 풀고 있다. 통역사가 직접 농가를 찾아 작업 내용을 설명하고, 근로자를 수시로 모아 교육한다. 지난해까지는 세한대학교와 연계해 저녁 한글 교실을 열었으나, 올해는 참여를 원하는 근로자가 적어 잠정 중단했다.
이와 함께 신평농협은 지역 문화재 탐방과 관광을 지원하고, 무더위에 대비해 냉방 조끼를 나눠 주고 교육청과 연계한 바자회를 2년째 열어 근로자에게 계절에 맞는 의류를 공급했다.
조성명 조합장은 “근로자가 다치면 농가와 농협 모두 책임 문제가 생기는 만큼 안전 교육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며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숙소를 직접 찾아 청결과 위생 상태까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고 말했다.
고대농협 첫해…“이탈 없이 안착”
올해 처음 사업에 뛰어든 고대농협은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구체적인 운영 지침을 마련했다. 라오스 근로자 30명(남 20명, 여 10명)이 고대농협 소속 직원 신분으로 농가에 들어가 파종부터 수확, 선별까지 농사 전반을 돕는다. 고대농협은 수도작과 함께 고구마 등 원예 작물이 많아 일손 수요가 큰 지역으로, 손이 많이 가는 고구마 작업에 인력이 특히 많이 필요하다.
최수재 조합장은 “근로자들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입국했다”며 “라오스 현지의 인력 수급과 서류 문제로 5명, 10명씩 나뉘어 들어와 5월 초순에야 30명이 모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최 조합장은 “지난 5~6월 두 달 동안 근로자 1인당 26일가량 일했고, 누적 760명 규모로 현장에 투입됐다”며 “근로자의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근무와 휴식의 균형에도 신경 썼다”고 말했다.
최수재 조합장은 “운영 초기에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일부 농가가 근로자를 기계처럼 대하는 태도도 있었다”며 “외국인 근로자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농가에 인권 존중을 거듭 당부했고, 이런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며 차츰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리와 운영 덕에 고대농협은 중도 이탈자가 한 명도 없고, 근로자 대부분이 다시 오면 고대농협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담당자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만큼 현장 분위기도 안정적이라는 것이 최 조합장의 설명이다. 전담 인력은 통역과 인력 관리 직원, 총괄 담당 등 3명이다.
고대농협 또한 근로자가 번 임금을 전액 지급하고, 한 달 근로일이 16일에 못 미치면 부족분을 농협이 보전하기로 근로자와 단체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에는 근로자 대표와 농협이 함께 서명했다. 일감이 적은 달에도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근로자가 마음 놓고 일하게 하려는 취지다.
물과 쌀 등 간식을 지원하고, 비 오는 날에는 전체 회식을 열었다. 관광버스로 당진 곳곳을 둘러보는 투어와 입국 시기에 맞춘 생활용품 구입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근로자 안전을 위해 아프거나 다치면 언제든 말하라는 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수재 조합장은 근로자들에게 건의 사항을 물어도 별다른 불만 없이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온다고 전했다.
당초 7월 이후로는 일감이 줄어드는 비수기를 걱정했으나, 실제로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대농협은 이달 들어 누적 305명분의 신청을 받아, 남은 기간에도 물량을 충분히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개선해야”… 한 목소리
세 농협은 공통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과 4대보험 근로자 기준법이다. 계절근로자도 내국인과 똑같이 가입 대상이지만, 국민연금은 1년 이상 체류해야 환급받을 수 있어 짧게 머무는 근로자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면 낸 보험료를 묻어 둔 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성명 신평농협 조합장은 “의료보험도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제약이 많다”라며 “근로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만큼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재 조합장도 국민연금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보험료를 걷어도 근로자가 정작 돌려받지 못하면 불합리한 만큼, 내국인과 계절근로자를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을 내국인과 똑같이 적용하는 점도 부담으로 꼽혔다. 주 52시간 근무와 휴일 근무 수당이 계절성이 강한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사일은 날씨와 계절을 크게 타 일이 몰릴 때와 한가할 때가 뚜렷한데, 근로자에게는 주말이라는 개념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일하면 평일의 1.5배를 줘야 하지만 농가에서 그만큼을 받기는 어렵다.
남기찬 대호지농협 조합장은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농가에 나갈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부담이 되고 있다”라며 “농촌현장이 주말과 휴일이 없이 진행되는 만큼 이에 대한 현장에서의 괴리감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오거나 일이 없는 날에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해 농협이 손실을 떠안는다”며 “인력 공급은 농협의 수익 사업이 아닌데도 적자가 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숙소·농가형 고용, 남은 과제
숙소 확보도 과제다. 고대농협은 현재 원룸을 임차해 근로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별도 숙소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최수재 조합장은 당진시 차원의 계절근로자 숙소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호지 농협의 경우 당진시의 지원을 받아 대호지 지역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건립 중이나, 행정적 철차가 늦어지며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호지 농협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 건립을 통해 더 안정적인 주거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이탈 관리도 숙제다. 신평농협에서는 올해 근로자 1명이 이탈하는 사례가 처음 나왔다. 라오스 근로자는 20대 초반에 결혼해 자녀를 둔 경우가 많은데, 부부가 함께 입국했다가 서로 다른 농가에 배정되자 한 명이 배우자를 따라 자리를 옮긴 것이다. 먼저 정착한 라오스 근로자 사이에서 더 나은 조건을 내세워 데려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신평농협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우선 지켜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신평농협은 남은 근로자에게 불법체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근로자를 쓴 농가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교육하고 있다.
대호지 농협에서도 2명의 이탈자가 나왔다. 같이 근무하던 남녀가 같이 이탈한 사례다.
당진시 “계절근로자 확대보다 제도 정비 먼저”
당진시는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운영 현장의 부담과 민원 증가를 이유로 규모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제도 정비가 먼저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당진 지역 계절근로자 사업은 대호지·고대·신평농협 세 곳으로 늘었다. 지역 계절근로자는 지난해 1640명에서 올해 1700명가량으로 증가했다. 인원이 늘면서 행정에 접수되는 민원과 갈등도 함께 커졌다.
당진시 농업정책과 농촌인력지원팀장은 “근로자 한 명이 들어올 때마다 사실상 민원 하나를 안고 들어오는 셈”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민원은 임금 문제와 언어 소통 갈등, 근로 조건 관련 사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화 차이에 갈등…행정·농협 부담 가중
외국인 근로자와 농가, 농협 사이에는 노동과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크다. 라오스와 몽골 등 출신국마다 문화가 다르고 한국식 노동 방식과도 차이가 있어 갈등으로 이어진다. 당진시는 통역사를 두고 있지만, 갈등 사례가 많아 담당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협의 처지도 비슷하다. 계절근로자 사업은 수익이 나지 않아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운영 주체인 농협의 부담이 크다. 농가에는 일손을 대주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만, 이를 떠맡는 농협으로서는 확대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상해보험 의무화·이력 전산화로 대응
당진시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우선 올해 하반기 입국자부터 상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 이달 들어 입국하기 시작한 근로자가 대상으로, 다치거나 아플 때 곧바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마련한 조치다.
정부 차원에서는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 도입 프로그램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근로자 이름을 입력하면 과거에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 몇 개월간 일했는지 이력이 조회되는 이력제 성격의 시스템이다. 근로자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를 확보하려는 취지다. 당진시는 계절근로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만 관리하고 있어, 일반 외국인과 구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농사일에 근로기준법 일괄 적용 어려워”
농업 현장의 특성도 과제로 꼽힌다. 농사일은 공장처럼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작업량이 크게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한낮을 피해 새벽에 일하고, 장마철에는 일을 멈췄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바빠진다. 이런 사정을 외국인 근로자가 이해하지 못해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이나 주말·공휴일 규정 등 근로기준법을 농업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진시는 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농협이 근로자와 미리 충분히 소통해 현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확대 여부, 농협 의지가 관건
당진시는 사업 확대 방향 자체에는 공감한다. 다만 실제 운영은 농협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신청해 선정돼야 가능하다. 행정이 직접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해당 농협의 운영 의지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당진시의 판단이다.
당진시 농업정책과 농촌인력지원팀장은 “인력과 역량을 갖춘 농협 조직이 맡아야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