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데만 반년 넘게 걸린 사례가 전체의 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확보 여부가 정해지지 않으면 설계와 자금 조달, 장비 도입 일정까지 불확실해진다. 이 때문에 검토가 길어지면 인공지능(AI) 기반시설 투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회의원(당진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 한국전력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방안 검토 대상은 163건이다. 이 가운데 결과가 회신된 것은 154건이었다.

반년 이상 걸린 곳 57건

회신이 끝난 154건 가운데 신청부터 답변까지 6개월 이상 걸린 경우는 57건(37.0%)이었다. 기간별로 보면 6개월 이상~1년 미만 44건, 1년 이상~2년 미만 9건, 2년 이상 4건이다. 이는 실제로 전기를 공급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아니라 공급 가능 여부를 검토받는 데 걸린 시간이다.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7건도 모두 6개월 이상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5건은 1년 이상, 그중 2건은 2년 이상 대기 중이다.

전력 공급방안 검토는 한전이 사업장 주변 변전소와 송·배전선로 등의 여건을 살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절차다. 공급 가능 여부와 조건이 정해지지 않으면 사업자는 설계와 자금 조달, 장비 도입 등 후속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신청 80.4% 수도권 몰려

수도권 쏠림도 심해졌다. 접수 취소를 뺀 지난해 신청 46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이 37건으로 80.4%를 차지했다. 2024년 32.0%보다 48.4%포인트 높다. 신청 계약전력 기준 수도권 비중도 같은 기간 19.8%에서 52.1%로 올랐다.

검토 결과에서도 공급 여건의 제약이 드러났다. 회신된 154건 가운데 ‘공급 가능’은 88건(57.1%), ‘조건부 가능’은 63건(40.9%), ‘공급 불가’는 3건(1.9%)이었다. 공급 불가 판정을 받은 3건은 모두 경기 지역으로, 인근 변전소의 공급능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만큼, 전력 공급 검토가 길어지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토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입지를 정하기 전에 지역별 공급 여력과 추가로 필요한 설비, 예상 공급 시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어기구 의원은 “AI 경쟁은 속도전인데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지 답변받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면 기업이 어떻게 투자 일정을 세우겠느냐"며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이 설계와 자금 조달, 장비 도입까지 연쇄적으로 늦추지 않도록 장기 검토 건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신청이 몰리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검토만 서두르라고 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한전은 지역별 전력 공급 여력과 예상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지방 투자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인근 주민의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