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느끼지만, 정신없이 국정감사를 치르고 나면 가을은 어느새 저만치 물러나 있다. 아름다운 계절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치열한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번 국정감사는 내게 조금 특별했다. 초선 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4년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살폈다. 이후 6년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어업과 농어촌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제22대 국회 후반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첫 국정감사를 치렀다.
기후와 에너지, 환경과 노동. 우리 상임위원회는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다룬다. 자정을 넘기기 일쑤인 고단한 일정이었지만, 그만큼 살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시 마주한 에너지 분야는 낯익으면서도 새로웠다. 그사이 우리 당진의 에너지전환은 지역경제와 노동자의 생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절박한 문제가 됐다.
우리 당진은 수십 년간 석탄화력발전소와 함께 국가 전력공급을 떠받쳐 왔다. 이제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받을 충격이 걱정이다. 발전 5사 통합본사를 반드시 당진에 유치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국가 전력생산의 부담을 감내해 온 지역이 에너지전환의 부담까지 홀로 짊어져서는 안 된다.
에너지 분야의 화두는 단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었다. 반도체,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필요한 전기가 제때 공급돼야 한다. 석탄발전은 줄여야 하고 재생에너지는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원전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피할 수 없지만, 노후원전의 계속 운전과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따르는 비용과 책임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이밖에 위기에 놓인 철강산업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과 산업용 전기요금의 합리적인 지역별 차등 도입을 촉구했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지연 우려와 한전의 정전복구 업무에서 위험이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떠넘겨지는 문제도 살폈다. 제주 현장 국감에서는 에너지전환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풍력과 그린수소 생산기지, 에너지저장시설, 전기차 양방향 충전 현장을 둘러봤다. 특히 인근 마을주민과 함께 수익을 나누는 한림해상풍력이 기억에 남는다.
환경 분야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가뭄, 극한호우가 잇따르는 현실을 돌아봤다. 위험기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더 빠르고 정확한 예보를 주문했다. 이를 뒷받침할 슈퍼컴퓨터 6호기와 천리안 5호의 차질 없는 도입과 발사도 당부했다. 농촌에 방치된 폐농약 용기의 수거를 위한 예산과 관리체계를 바로잡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환을 가로막는 절차상의 불편도 살폈다.
노동시장도 큰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기 어렵고, 생계를 위해 일을 놓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올해 비정규직은 867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정규직과의 월평균 임금 격차도 194만 원으로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일자리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지만,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대기업에 한참 못 미친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교섭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정규직은 성과급을 놓고 교섭하지만, 같은 산업현장을 떠받치는 하청노동자들은 성과를 나누는 논의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러한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새로운 일자리를 어디서 만들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돌봄과 교육, 환경 등 정부와 시장의 손길이 충분히 닿지 못하는 곳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경제, 이른바 제3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도록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고 상생의 일터를 만드는 것,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을 향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질문 한마디가 제도를 바꾸고 예산을 바꿀 수 있는 자리, 그래서 국정감사를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보다 중요한 것은 열매다. 국감장에서 지적한 문제가 실제로 고쳐지는지, 약속한 대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끝까지 살펴야 한다.
산업위에서 시작해 농해수위를 거쳐 새로운 상임위에 선 지금, 초선 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국회로 보내주신 당진시민의 뜻을 잊지 않고, 당진의 대표선수로서 더 듣고 더 공부하며 성실히 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