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내가 죽어

무성무성 무덤풀로 자란 뒤에

아무리 불러도 대답 않으리

이미 나는 죽어

예저기 상사화로 피어난 뒤에

아무리 편지해도 답장 않으리

때늦은 후회의 목소리

우리 둘만의 솔숲이여 강둑이여

제 아무리 전화해도 응답 않으리

입 속에 가슴 속에

풀 뿌리 아카시아 뿌리 박혀와

대답은커녕 속울음조차 못 울 것을

나 떠난 뒤

그대 아무리 불러도

끝끝내 아무 말 못하리

시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창비사) 중에서

이 원 규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중앙일보 시사월간 기자

시집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