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충회
당진참여연대 회장
일본은 한국보다 WTO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해가 덜합니다. 하지만 우르과이 라운드 당시 식량 안보를 들어 농산물 수입 자유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한국이나 그밖의 수입국들에 대해 연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한 것입니다. 지금은 뉴라운드를 대비해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고 식량 자급율을 높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WTO대책 체제는 이렇습니다. 단위농협내에 낙농부회, 육축부회, 과수부회, 야채부회, 도작부회(쌀), 특산부회 등 작목별 조직을 갖추고 의견을 집약해 현단위에 있는 농업자 정치연맹에 올립니다.
현의 농협중앙회는 WTO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농업자정치연맹과 긴밀한 협조를 취해 전국중앙회의 WTO대책본부에 올립니다. 농업자정치연맹은 별도로 전국농정협의회를 구성해 전국중앙회와 협력을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순수 농민들이 농정조직을 만들어 농협중앙회에 농업정책을 발의하고 농협은 농민의 의견을 받아 여당(자민당)과 국회, 정부의 농림수산성과 3자 협의를 통하여 정책을 입안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완벽하다거나 100%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겠으나 WTO에 무방비 상태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농협아 부럽고 일본인의 정신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우치다 과장과 뉴라운드에 대비해 한·일 농민들이 연대해 의견을 나누고 공동대책을 강구하자는 데 합의하고 한국 농민방문단 환영회에 참석했습니다. 환영회는 평화 헌법을 살리는 현민의회에서 주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현민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다나카씨가 상패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 상패는 지난 1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다나카씨에게 대전·충남 시민과 구마모토시민의 교류를 성사시킨 공과 작년 일본 왜곡 역사 교과서 불채택을 성공시킨 공을 기려 수여한 시민상인데 다나카씨는 이 상을 자기 일생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자기 개인의 영광은 물론, 현민의회 전체의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방문단은 이번 일정 중 유일한 관광코스로 활화산을 보러 갔습니다. 재작년 첫 방문 때, 일본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방문단에게 조금도 빈틈을 주지 않고 시민과의 교류모임에만 안내했던 것이 내심 미안한 감이 들었는지 이번에는 다나카가 먼저 관광코스를 집어 넣는 것이 어떠냐고 내게 제안해 이루어 졌는데 그날 따라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가 와서 망쳤습니다. 우치다가 우산을 사서 돌렸지만 비바람이 좋은 관광을 제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더군요.
1,350m의 아소산은 4개의 분화구가 있고 그중 하나는 아직도 수증기를 품어 내고 있었습니다. 수증기 사이로 간간이 분화구에 고인 물을 살펴보니 색깔이 초록빛을 띠고 있었구요, 그곳에 이름 붙인 것처럼 아비규환 지옥을 연상하게 합니다.
화산지역답게 주변에는 많은 온천이 있다고 하는데 비바람 때문에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몸이 떨려 온천이나 시켜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지만 워낙 상식이 모자라 사진은 한장도 안나왔습니다. 왜냐구요? 사진기에 빗물이 들어갔습니다.
아소산 중턱에는 넓은 초원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자연 목장이 많지요. 축산농가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일본의 축산은 요즘 말이 아니라는군요. 전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세마리만 발생됐는데도 소고기는 전혀 팔리지 않아 이웃농가나 친지끼리 돌려 먹는답니다. 아주 끔찍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긴장하고 방역과 검역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다음주는 일본의 채소재배, 미곡종합처리장, 유기농업 등을 소개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