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지불제 없이 쌀자급 요원하다

지난달 17일경부터 중국에서 식용쌀이 수입되어 우리나라 주요항구에 들어올즈음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진보농민단체들이 각 항구에 몰려가 시위를 하는통에 수입쌀을 실은 배들이 쌀을 풀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쫓겨다녔다.

당진군 농민회도 그 시위현장에 일부 회원을 파견하는 한편 농협군지부 및 군내 12개 읍면 농협에 공문을 보내 수입 식용쌀의 보관·유통·판매에 절대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번에 중국에서 들여오는 식용쌀은 모두 7만1천톤가량으로 우리나라 연평균 식용소비량의 1.25%(88~90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하찮은 수치에 왜 농민들은 그토록 저항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선 지금까지 다른품목의 수입으로 타격을 입었던 상처가 너무 큼으로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례로 쇠고기, 양담배 수입도 처음에는 최소물량을 수입하기 시작했으나 결국 수입쇠고기는 한국의 시장을 석권했고, 양담배는 전체소비량의 10%를 점유했다. 또 바나나, 오렌지, 수입마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쌀은 우리나라 농가 대부분의 중요한 경제수입원이며 생명줄로 여기고 있으니 어찌 위기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이번에 중국에서 들여온 식용쌀은 입찰가격이 80kg들이 한가마당 우리돈으로 3만원이 훨씬 밑돈다. 쌀 생산비가 보장되지않는 상황에서 휴경지를 없애라고 떠들지만 그것은 전혀 농민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작년 쌀수확기에 정부의 쌀수매가격보다 시장유통가격이 좀 높았던 덕분에 올해의 휴경농지 증가율이 좀 둔화되긴 했지만 단경기인 요즈음 쌀값이 오히려 작년 쌀수확기보다 밑도는 것과 해마다 오르는 영농자재값을 감안하면 내년에 분명 쌀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UR의 최소시장접근에 관계없이 쌀부족분을 수입할 것인데 기왕에 쌀자급할 희망이 없다면 좀더 싼 외국미를 많이 들여와 물가인상 억제효과나 보자고 하는 논리도 대두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력 없는 영세농은 그만두고 정부가 육성하고자하는 전국 6만호의 쌀전업농을 대상으로 각종 정책자금을 지원하며 휴경지를 없애라고 독려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논의 약 절반정도가 기계가 들어가기 적합하지 않은 비경지정리 땅이거나 경쟁력이 처지는 땅이다. 이런 땅을 전업농에게 농사지으라고 강요한다면 그들이 수용해 낼 수 있겠는가. 단언하건데 영세소농이나 한계답부터 정부의 직접지불제를 고율로 적용해 나가기전에는 결코 휴경지를 줄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쌀자급은 요원할 것이다.

내친김에 정부의 96년 쌀 생산종합대책과 문제점을 몇가지 지적하고 전문가의 견해와 농민회의 개선방향에 대한 주장을 소개해 본다.

정부는 96년 쌀 생산목표를 3,370만섬으로 잡고 휴경지를 없애기위해 부재지주나 혹 농사지을 능력이 없는 농가소유의 땅을 위탁영농회사나 전업농으로 하여금 대리경작하도록 조처했다. 또 기계화율을 96%에서 99%수준으로 올리고 96년 한해동안 전업농 2,900가구를 육성하기로 했다.

쌀농가 적정소득 보장을 위해 민간유통을 활성화하여 계절진폭을 허용하고, WTO를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벼재배농가를 지원할 수 있는 종합지원방안을 연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농정은 93년부터 수매가 동결의 파장으로 휴경지가 급격히 늘어나자 허겁지겁 쌀종합대책을 세우는등 농정의 일관성이 없으며 단편적이다. 또 쌀생산과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 향상만이 쌀자급 기반확충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농정에 대한 책임행정의 실종이 다 농림수산부에 농정에 대한 좋은 안이 있다하더라도 다른 경제부처의 주장과 압력에 밀려 소신있는 농정을 펴지 못한다. 그저 이리저리 눈치만보다 장관이 바뀌면 그뿐이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거듭 언급하거니와 국민에 안정적으로 질좋은 쌀을 자급하려면 전체농가의 소득을 지지할 수 있는 차원에서 직접지불제를 조속히 시행하되 자연재해구제, 환경보전 농업지원, 조건불리지역의 소득보조, 통일을 대비한 휴경농지보상등에 대한 다각적인 직접지불이 필요하다. 또 쌀 유통체계를 개선하기위해 소비지양곡상의 영세성과 경영난 해소를 위한 정부지원이 있어야 하며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기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수매정책은 WTO가 허용하는 수매량을 정부가 직접 수매하고 그것에 초과하는 물량은 농협이 정부수매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수매토록하되 그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할 것이며, 장기적으론 WTO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방법으로서 지방정부나 농민단체가 주체가 되어 자율적인 수매사업을 실시하고 이때의 제반경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중장기적인 가격예시제를 도입하고 국회동의 절차를 존속시켜야 할것이다.

앞으로 농업보호정책은 UR결과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식의 변명만 할것이 아니라 식량안보와 국가경영차원에서 소신과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이 많다. 만약 계속적으로 국민과 농민을 기만하고 쌀수입 운운하며 농촌경제를 파행으로 몰고간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전농민적 저항과 국민의 반대여론에 부딪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