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지구촌 여러 나라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정말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 선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틈만 나면 축구를 하느라 야단들이고, 특히 점심시간은 아이들이 공을 차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어서 5교시 수업시간에 맞추어 헐레벌떡 땀범벅이 되어 들어와 연신 부채질을 한다. 수돗가에서 씻고 들어오지 못한 녀석들은 땀에 젖어 교복단추를 풀어 헤치고 덥다고 수돗가에 갔다 오겠다고 난리가 아니다. 처음엔 안 된다고 했지만 어찌하랴 본인의 위생과 반 전체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잠시 씻고 올 시간을 주었더니, 녀석들은 수돗가에 갔다 들어오면서 시원함에 미소를 짓는다.
나도 중·고등학생 때 축구를 많이 좋아했다. 특히 중학교 때는 반 전체가 분단별로 리그를 하였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방과 후에 남아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물론 우리끼리 약속된 우승상품이 있었는데 그것은 반 전체가 약간씩의 돈을 내어 우승한 분단에게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나의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지금은 평범한 키지만 중학생 때만해도 맨 뒷줄에 앉을 정도로 키가 컸다. 그렇게 우리들만의 분단별 리그가 한창일 때 우리 분단은 성적이 제일 좋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곤 하였다.
아마 한참 좋은 날씨였으니 5월초로 기억이 나는데 우리는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그만 5교시 수업에 늦고 말았다. 정전으로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운동장에는 축구연습을 하는 우리만이 남아 있었고, 왠지 불안한 맘이 들어 열심히 뛰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담임 선생님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발견하고 다들 불안해 하였다. 전교에서 우리 담임선생님이 제일 무서웠기도 하였거니와 어떤 벌이 내려질까 조마조마 하였는데 늦은 이유를 나직한 목소리로 한 명씩 물으시는 것이었다. 다들 축구연습을 하다가 수업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축구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한 이유와 우리만의 분단리그가 있다는 것도 아울러 알게 되신 담임 선생님은 즉석에서 분단리그를 위해 약간의 상금을 내놓으셨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렇게 무섭게 우리를 대하시던 담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온 우리를 혼내시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다니....
그리고 한가지 조건을 내세우셨는데 그것은 조만간 시작되는 체육대회에서 축구만이라도 우승을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날부터 반장을 중심으로 체육대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하였다. 물론 분단별 리그는 계속되었고 우리 분단이 우승을 하였다. 당연히 나는 반대표 골키퍼로 선발되어 체육대회에서 뛰게 되었다. 축구는 결승까지 올라가 우승을 다투게 되었는데 득점 없이 비겼고, 승부차기에 들어가 3 : 2로 이기는 짜릿함을 맛보았다.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운동장에 모여 담임선생님을 중심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자축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땀이 범벅이 되어 5교시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오는 얄미운(?) 녀석들을 따끔하게 혼내지 못하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