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국회의장 선거가 있었고 한나라당 단독후보인 박관용(6선)의원이 의장에 당선되었다. 민주당에선 당론으로 김영배(6선) 의원을 추대하였으나 조순형(5선) 의원이 당론을 무시하고 쇄신파 대표라는 명분으로 복수 출마하여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단독후보인 박관용 의원을 돕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투표 직전에 국회에선 재선으로서 원내 수석부총무를 맡고 있는 송영진 의원이 5선인 조순형 의원에게 “네가 무슨 국회의원이냐, 뭐 꼴리는 대로 하는 것이...”등의 육두문자를 썼다하여 정가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욕을 먹은 조순형 의원의 말이다. “쇄신파 의원들에게 몹시 섭섭하다. 총무가 시킨 일이니 당 지도부가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송의원을 이해한다.” 대충 이런 요지의 이야기다. 조의원은 왜 욕한 송의원보다 쇄신파 의원과 당 지도부에 화살을 겨냥하였을까?
이제까지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였고, 국회는 그대로 시행하였는데 현 김대중 대통령은 중립을 선언한 입장이라 의장 후보를 지명하지 못한 데서부터 사건의 발단이 시작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국회의장을 차지하기 위하여 몇날 몇밤을 새우며 전략전술을 세우게 되었고 득표력있는 사람을 내세워 표 대결하게 되었는데 한나라당은 박관용 의원으로, 민주당은 김영배 의원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쇄신파 의원들 중에 김영배의원보다 조순형의원이 더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 다른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김의원이 6선으로서 5선인 조의원보다 당선수도 많고, 경력이나 친화력면에서도 득표력이 있다 판단하여 김의원으로 결정하게 되었고, 조의원에게도 그 과정에서 양해를 구했는데 조의원도 당론에 따를 것처럼 하였다는 것이다.
그래놓고 막상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에 조의원이 출마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하게 되자 당 지도부가 발칵 뒤집히게 되었다. 처음부터 당론과 관계없이 입후보하겠다고 하였다면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데 승복하겠다고 해놓고 반기를 든 행태가 되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수습은 총무가 하게 되는데 그 심부름 역할과 사전 조율을 하는 것이 수석부총무의 몫이니 송의원은 부총무 두 사람을 대동하고 진화사절로 갔다가 일이 당론 불복으로 가자 “네가 무슨 국회의원이냐? 당론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무슨 5선의원이고 국회의장 자격이 있느냐? 뭐 꼴리는 대로하면 당은 어쩌란 말이냐?” 등의 폭언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대통령은 떠나고 당은 개판5분전이 된 상황에서 당론 불복사건이 다시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엄포요 또한 두달 가까이 국회의장을 내기 위해 애쓴 노력에 대한 허탈감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당의 기강을 세우는 차원에서의 자기희생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편인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되자 조의원은 쇄신파의원들이 자기를 추대한다 해놓고 당론 앞에 끽소리 못하는데 대한 섭섭함에 쇄신파 의원들을 겨냥하였고, 또한 평소 예의바르고 겸손하며 선배들에게 깍듯한 송영진 의원이 자기와 개인적인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저렇게 험하게 나오는 것은 수석부총무란 자리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기를 말려서 데려오라고 한 총무를 겨냥하면서 정작 송의원에게는 이해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당내에서 송의원에게 돌을 던지거나 비난하지 못하는 것은 5선에 국회의장을 하겠다는 거물이 당론을 위반하고 돌출행동을 한 것에 대해 누군가 제재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재선의원이나 된 국회의원이 이런 파장이 올 줄 모르고 욕했으리라고 믿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히딩크가 한국사람들에게 영웅이 된 것은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이 동료의원에게 욕한 것은 잘한 일은 아니다. 이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이 또한 당을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진 자기 희생이라 할 것이다. 욕먹더라도 조직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면 아름답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욕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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