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사를 비롯한 전국 30여개 지역신문의 모임인 (사)바른지역언론연대에서는 2001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신문과 지방자치 현황을 둘러본 데 이어 올해에는 최종길 발행인을 비롯한 임직원 6명이 참가한 가운데 7월29일부터 10박11일의 일정으로 유럽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에는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지역신문사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스위스 루체른, 인터라켄과 프랑스 파리의 문화자원 등을 견학했다

독일연수에는 에어크라트시의 민원국장으로 있는 크뤼거씨가 일정을 함께 했고 한국언론재단 독일통신원인 심영섭씨가 통역을 맡아 수고해 줬다.

독일의 지역신문

독일의 지방자치Ⅰ

독일의 지방자치Ⅱ

독일의 문화

스위스·프랑스의 문화

주민들이 사랑하는 지역신문, 그들의 자부심

한국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전국일간지는 전국뉴스를 다룬다고 표방은 하지만 주로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뉴스화 한다. 언론 뿐 아니라 권력, 인구, 경제 등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남 당진에서 차를 운전하며 라디오를 틀면 매시간마다 서울의 교통상황을 전해 들어야 한다. 당진이 중앙일간지에 등장할 때는 한보부도, 수해발생 등 대형사건이 터졌을 때 뿐이다.

독일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지방분권화가 되어 있어 우리처럼 중앙을 숭배시 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그들에게 전국신문은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다. 그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뉴스에 더 관심을 갖는다.

400여개의 지역지가 발행되고 있으며 독일 전체 신문 발행부수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가독인구의 80%가 지역신문을 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독일의 지역신문은 주민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지방자치정부의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에어크라트시의 아르노 베르너 시장은 지역언론이 왜곡보도를 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들과의 갈등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며 “언론에 불만은 있지만 다른 견해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쾌적한 환경 또한 지역언론에서 철저한 감시와 계도활동을 펴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일 지역언론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의 전통을 잇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향토어를 보존하기 위한 연극, 글짓기 등 문화행사를 신문사에서 꾸준히 개최한다.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사는 사람관련 오락성 기사, 스포츠 기사라고 한다. 가장 인기없는 기사는 문화와 정치기사다. 어렵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주민들이 좋아하는 기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개나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신문에 꼭 보도를 한다. 그들에게는 정치나 행정보다도 더 중요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한 베스트도이체 차이퉁(신문사)은 1999년부터 인터넷 신문도 병행하고 있었는데 주된 목적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독자들을 위해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데 있다. 또한 독자가 휴가를 떠나면 그곳까지 배달해준다고 한다. 독자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00년 전통의 독일 지역신문

독일은 3개시(베를린, 브레멘, 함브르크)와 13개주로 이뤄진 연방국가이다

독일의 전국지는 4대 일간지로 진보적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쥐도도이체 차이퉁신문사와 보수적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디벨트 신문사가 있다. 또한 디 타게스차이퉁 등 3개의 좌파신문과 한델스블라트 등 2개의 경제지를 포함, 모두 9개의 전국지가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주요 언론매체들이 지역언론이듯 독일 또한 선진적인 지방자치제도 뒤에는 독일인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역언론이 자리하고 있었다.

독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단위의 지방지가 있고 시·군 단위 지역지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지역지들은 우리의 지역신문처럼 한 시·군만을 대상으로 발행하진 않는다

물론 생활광고 70%, 지역기사 30%로 무료배포하는 로칼안차이거 에어크라트(주간)신문, 종합지로 유료배포하는 한네펠더 폴크스차이퉁(일간) 등 한 지역만을 포괄하는 지역신문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개 시·군을 묶어 지역지를 발간한다.

독일의 지역신문은 400년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들도 1945년 세계2차대전으로 인해 폐간당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한다. 전쟁 이후 신문이 다시 발행되기 시작했고 전통을 이어받는 신문들도 적지않게 생겨났다.

독일신문에 불어닥친 위기와 자구노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신문 시장에도 위기가 닥쳐왔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광고시장은 감소한 반면, 종이값의 상승으로 인쇄비용이 증가하고 인터넷 보급으로 신문시장이 위축되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의 신문은 주로 가족중심의 기업형태였다. 그러나 독일전역에 닥친 경기불황 여파로 신문사들이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대기업에 팔리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몇가지 주목할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첫째, 외부자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성향이 비슷한 인근지역의 작은신문사간 통폐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독일통신원인 심영섭씨는 “독일지역신문의 이와같은 통합형태는 자본이 열악한 한국지역 신문시장에서도 곧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둘째,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같은지역의 경쟁사와 편집과 영업을 제외한 인쇄와 배달업무 등을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중앙일간지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윤전시설의 과잉투자 등으로 고정비의 과다부담을 떠안은 가운데 독자확장을 위해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 독일의 신문시장은 심지어 타 신문사의 지국배달원을 살해하기까지했던 우리 상황과 너무나 대비되고 있다.

경쟁지를 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제살 깎아먹기식의 우리의 사고방식과 공동으로 생존하기 위해 서로의 기본생존권을 확보해주는 독일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교훈과 감동까지 주었다.

셋째, 젊은층을 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의 정치기사 위주에서 스포츠, 연애, 소프트기사를 확대하면서 언론으로부터 소외되고 언론을 외면했던 20대 전후의 젊은층이 지역신문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고 부퍼탈과와 뒤셀도르프 지역을 포괄하고 있는 지역신문인 베스트도이체 차이퉁(신문사)의 홍보담당자는 밝혔다.

넷째, 부대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출판사업, 인쇄사업, 사진기자 등을 활용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있으며 선거홍보물 등을 대행하기도 한다. 물론 편집국과 영업국의 경계는 분명하다고 한다.

그밖에 지방정부에서 생활정보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문지면에 기사를 30%이상 실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계약된 장소가 아닌 공공시설이나 거리에 가판을 하면 무거운 벌금을 물린다. 신문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노력이다.

그들에게도 그늘은 있다

지역신문 통폐합으로 1970년대 초반부터 불어닥친 대규모 해고는 기자들의 신분을 위협했고 편집국 독립운동으로 나타났다.

1969년 라인 차이퉁과 만하이머 모르겐 등 2개 신문사에서 시작된 편집국장 직선을 골자로 하는 편집국 규약은 100개 신문사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하지만 경제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신문사가 존폐위기에 처한 가운데 기자들의 신분 불안이 가속화 되면서 지금은 9개사만이 편집국 규약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에 비추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의 지방·지역신문에서 편집국 독립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면 건실한 경영과 건강한 편집은 함께 가야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건물은 비가 새거나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곧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가도 지방정부와 지방자치가 건실하지 못하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건물과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치, 경제, 인구 뿐만 아니라 국가의 주요기관 대부분이 서울에 밀집돼 있다. 지방분권없이 지역이 어떻게 발전하고 기초체력 없는 국가가 어떻게 번영할 수 있는가.

지금은 퇴색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은 지역에서 출발하면서 지역의 여론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발전과 그것을 건강하게 견인할 수 있는 지역언론이 우리가 독일사회처럼 선진국으로 가는 토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