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자유로움이 넘치는 활기찬 거리

◆ 편집자주

본사를 비롯한 전국 30여개 지역신문의 모임인

(사)바른지역언론연대에서는

2001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신문과

지방자치 현황을 둘러본 데 이어 올해에는

최종길 발행인을 비롯한 임직원 6명이 참가한

가운데 7월29일부터 10박11일의 일정으로

유럽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에서는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지역신문사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그리고 스위스 루체른, 인터라켄과

프랑스 파리의 문화자원 등을 견학했다

독일연수에는 에어크라트시의 민원국장으로 있는

크뤼거씨가 일정을 함께 했고

한국언론재단 독일통신원인 심영섭씨가

통역을 맡아 수고해 줬다.

에어컨! 그런 거 몰라요

비행기를 타고 연수단 일행이 도착한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이었다. 이번 유럽연수의 첫 방문지인 뒤셀도르프 인근의 에어크라트 시를 찾아가기 위해 연수단은 미리 예약한 랜트카 사무실에서 승합차 2대를 빌려 고속도로를 타고 에어크라트로 이동했다.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차량에 탑승한 연수단 일행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몸이 온통 땀으로 흠뻑 젖게 됐다. 랜트한 차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이다. 계속된 무더운 날씨 덕에 흐르는 땀과의 싸움은 연수일정을 마치고 독일을 떠날 때까지 지속됐다.

환영식을 위해 연수단이 방문한 시청 회의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식당,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맥주 한잔을 위해 찾아간 술집 그 어디에도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설치된 곳이 없었다. 숙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저녁에는 모기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밤새 더위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런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떠날 때까지 연수단과 동행했던 에어크라트시 민원국장 우베 크뤼거씨는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고 방문과정에서 만난 많은 독일인들도 더위에 대한 별다른 말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그정도 더위라면 벌써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력소비량 급증을 우려해 에어컨의 적정온도를 지켜줄 것을 호소하는 방송이 나올 법도 하건만 독일에서는 도무지 에어컨을 구경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연수단의 통역을 맡았던 심영섭씨는 “에어컨 사용에 대해 별도의 규제는 없으나 사용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언론에서도 에어컨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자주 보도되는 등 에어컨 사용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에어컨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물통, 컵, 스푼은 필수 휴대품

독일에 도착한 다음날 지역신문사 베스트도이체 차이퉁을 방문하고 나서 오후에 시장과의 간담회까지 잠시 여유시간이 생긴 연수단은 시청 옆에 위치한 공원의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일행 중 몇 명이 식수를 비롯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통역을 맡은 심영섭씨의 동행없이 가게를 찾아갔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던 중 한사람의 제안에 의해 요구르트를 사들고 계산대에 선 일행은 당황했다. 떠먹는 요구르트를 샀는데 스푼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손짓, 발짓을 동원해 얻어낸 대답은 스푼이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요구르트를 먹기 위해 일행은 다른 가게에서 플라스틱 스푼을 사야만 했다. 물론 플라스틱 스푼도 일회용은 아니었다.

혹달에 있는 시민회관을 방문했을 때 슈트로마이어 관장은 시민회관에는 주민들이 행사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주방과 최소 5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접시 등 식기류를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을잔치 등 대규모 행사 때 일회용 접시 등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한 연수단 일행의 생각엔 별도로 식기류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독일정부의 철저한 규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낱개마다 세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가 심해 아예 일회용품을 쓸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 학생들에게는 물통과 컵, 스푼이 필수 휴대품이라고 한다. 일회용품이 없기 때문에 컵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커피를 마시기도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국경을 넘어서자 바로 바뀌었다. 독일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연수단이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스위스에 들어서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회용품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들판에 서있는 풍력발전기

푸랑크푸르트공항에서 에어크라트로 이동하면서 창밖을 보고 있던 연수단은 특이하게 생긴 것을 발견했다.

바로 들판에 서있는 바람개비처럼 생긴 풍력발전기였다. 풍력발전기가 한곳에 대규모로 설치된 것이 아니라 가끔가다 들판에 한 두 개씩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환경친화적 대체에너지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풍력발전기를 독일의 들판 곳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풍력발전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대규모로 한곳에 밀집해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곳곳에 소규모로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간간이 보이는 풍력발전기 너머로 당진화력 같은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곁에 두고 살고 있는 당진의 현실이 떠올라 쓴웃음을 짓게 만들곤 했다.

화장실에서 만난 독일

환경에 대한 독일인들의 앞선 생활은 화장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연수단이 도착한 독일 푸랑크푸르트공항과 숙소로 사용한 메르쿠어호텔, 지역신문사 등 방문한 곳마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휴지는 모두 재생휴지였다.

지역신문 베스트도이체 차이퉁은 신문용지도 재생용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를 전면에 내건 녹색당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나라,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가장 먼저 결정한 나라, 역시 독일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험의 연속이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움과 개성

독일에 도착한 다음날 저녁 연수단은 우베 크뤼거씨의 안내를 받아 먹자골목인 볼커거리와 라인강변 등 뒤셀도르프 시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저녁이면 한산하던 에어크라트와 달리 대도시인 뒤셀도르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로 양 옆에는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과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코디언, 바이올린 등을 연수하는 악사들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만난 독일여성들에게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옷차림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과감한 노출의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 상당히 많았다.

날씬한 몸매의 여성, 뚱뚱한 여성, 배가 부른 임신부, 나이 지긋한 노인 등 특별한 구분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옷을 입고 다녔다.

여름철이 다가오면 짧은 옷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 열풍이 부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여성들은 주위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스럽게 입고 다닐 뿐이었다. 이런 독일 여성들의 시원스런 옷차림과 함께 장소를 가리지 않는 연인들의 모습이 연수단의 눈길을 끌었다. 거리 한가운데 서서 주위의 시선에 상관없이 키스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굳이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옷을 입고 다니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자유로움과 개성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한장의 티켓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뒤셀도르프 시내를 둘러본 날 연수단이 타고간 것은 전철이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도착한 전철역에는 표 판매소도 검표원도 없었다. 그저 자동발매기 하나만 덩그라니 서 있을 뿐이었다.

전철표는 5인용 1장에 7,700백원(6.35유로) 정도. 이 표 하나로 24시간 동안 버스, 지하철, 전철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행이 전철을 탄 시간이 저녁 7시경이었으니 그 다음날 저녁 7시까지는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저렴한 수준의 요금과 표 하나로 모든 교통수단의 이용이 가능한 점이 대중교통이 활성화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철을 타는 곳에는 별도의 검표시설이나 검표원이 없었다. 하지만 차량 안에서 불시에 표 검사를 하는 데 이때 무임승차로 걸리면 벌금이 엄청나게 많이 부과된다고 한다. 따라서 섣불리 무임승차를 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라인강변의 여유와 화물선

뒤셀도르프 거리를 둘러보던 일행이 도착한 곳은 라인강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독일의 급속한 경제성장. 그 과정에서 한 몫을 담당했던 라인강의 화물선은 여전히 물살을 가르며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강변에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잔을 나누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