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작은학교는 실현되고 있다 "
미래에 대한 수많은 예측 속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맞이한 21세기가 이제 우리삶을 관통해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 어마어마한 물결을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우리의 하찮은 일상이 ‘21세기’라는 거대 환경 아래서 이어져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일상이 참으로 거대해 보이고, ‘21세기’라는 역사가 결국은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선택과 활동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역사가 참으로 소소해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일상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우리의 매일매일의 선택이 곧 역사적인 선택인 것이다. 막 지난 대통령선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날마다 어떤 것을 살지, 어떤 것을 먹을지, 어떤 말을 할지, 심지어 어떤 생각을 할지를 선택한다. 오늘, 혹은 몇 달동안 내 자녀를 위해 무엇을 할 지를 결정한다. 이것들을 결정하는 것이 개인의 가치관이고 개인의 가치관이 모여 사회적인 가치를 이룬다.
아마도 이 시대를 일컫는 대표적인 가치는 ‘무한경쟁’과 ‘공동선’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두 가치는 결코 같지가 않다. 아니 서로 상반된 것이다. ‘무한경쟁’이란 나의 이익과 너의 이익을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 그 대립·경쟁하는 대상을 한 지역, 한 나라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공동선’은 이 ‘무한경쟁’으로 파괴될 것이 다름아닌 우리공동의 삶의 기반이며 인류 자신이라는 위기의식을 담고 있다.
공동선은 나의 이익과 너의 이익이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모두를 위한 더 깊은 이익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 서로 이율배반적인 두 가치가 공존하는가. 그것은 이 시대가 과도기이고 변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두 개의 핵심적인 양식 혹은 가치가 팽팽하게 대립하며 공존하는 시기가 있다. 그때가 역사적인 변혁기, 과도기였다. 분명한 것은 하나가 쇠퇴하는 시대의 가치인 반면 다른 하나는 도래하는 시대의 가치라는 것이다.
하나는 점차 쇠퇴해 가겠지만 하나는 점차 지배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우리가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그 중 미래지향적인 가치라야 한다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지금부터 우리 사회 각 분야를 이끌 사람은 경쟁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화합의 능력과 창조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경쟁의 원리를 대표하는 학벌과 줄서기는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
창조적인 능력, 화합의 능력은 지식이나 기술 습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과 성찰과 훈련으로 얻어진다.
아이들을 생각할 때 이런 능력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교사와의 관계속에서. 또래와의 관계속에서 경험되고 눈뜨이고 성숙된다. ‘우리가 배워야할 모든 것은 자연 속에 있다’는 말이 있다. 자연은 생명의 가치와 공존의 밥칙을 가르친다. 자연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인간도 존중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자신도 존중받지 못한다. 자연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머리는 있지만 가슴은 없는 사람이 되고만다.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감수성과 지혜야말로 미래사회를 이끌 창조적인 경쟁력이다.
세상이 바뀌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도심속의 과밀학급 아래서는 자연을 배울 기회도, 깊은 관계도, 공동체도, 행복도 경험하기 어렵다.
지난 12월초 아산시 송악면 송남초등학교 거산분교에서 있었던 는 이러한 교육의 이상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폐교위기에 있는 시골의 작은학교 학부모들과 도시의 과밀학교·획일적 수업을 걱정하던 천안·아산의 일부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교육이념을 가진 교사들과 함께 체험과 관계 중심의 새로운 학교로 변모시킨 것이다. 100명 넘는 학부모들이 1년 넘게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애쓴 결과였다. 교육내용도 좋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도록 만든 학부모들의 의지와 소망이 감동적이었다. ‘무한경쟁’이 아니라 ‘공동선’의 가치를 지닌 학부모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가슴을 벅차게 했다. 이 학교의 아이들은 참으로 행복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당진에도 이와 비슷한 여건이 조성된 곳이 있다. 지지난해 폐교위기에 놓였던 송산면 당산초등학교와 당진읍내권에 있는 과밀학교들이다. 아직은 우리 지역에서 거산분교와 같은 가 만들어질지 미지수이지만 희망만은 가져본다.
발표회 당일 당산초에서도, 당진읍내 학교에서도 학부모 몇몇사람이 함께 참석했었다는 사실은 이런 희망이 희망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만 같은 설레임을 갖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