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값이 오르면서 시설채소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묘목의 정식을 벌써 끝냈어야할 시설채소 농가의 비닐하우스 안은 썰렁하기만 하다.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름값이 계속 치솟고 있어 상당수 시설채소농가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식을 미룬 채 한숨만 내쉬고 있다.
몇 년전 200ℓ 한드럼에 5만원대이던 면세유 가격이 지금은 9만원대로 치솟고 있는데다 경기불안의 여파로 채소값이 떨어지고 있어 농가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정식을 미루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미면 수당리에서 1천200평의 비닐하우스에 꽈리고추, 오이를 재배하는 최승재씨는 “평년 같으면 2월5일경에 정식을 해야 하는데 기름값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정식을 미루고 있으며 추가 유가인상 가능성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며 “애써 지중보일러를 설치했는데 기름값 때문에 사용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한없이 미룰 수 없어 비닐하우스 안에 다시 비닐을 한번 더 치고라도 20일쯤에는 정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이대로 기름값이 계속 올라 10만원대를 넘게 되면 시설채소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시설비 1억원을 빼더라도 기름값, 인건비, 자재값, 묘목값 등을 제하고 나면 별반 남는 게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12일 650평의 비닐하우스 시설에 묘목을 정식한 수당리 유영호씨는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집에서 기른 묘목이 자랄대로 자라 더 이상 늦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어 정식을 시작했다”며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경기불안으로 채소값은 떨어지고 있어 농가들이 이대로가면 엄청난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2001년 폭설 때문에 1만2천평에 달하던 시설채소 재배면적이 6천여 평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수당리. 기름값 걱정 때문에 중동 정세의 전문가가 되다시피한 최씨.
엄청난 폭설 피해에 이어 또다시 2년만에 찾아온 기름값 인상으로 시설채소 농민들의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하고 애꿎은 담배연기 속에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김정진 기자 jjkim@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