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발전상을 보노라면 우리도 점차 열린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장기집권의 굴레에서 벗어나 여론이 만개했던 혼돈의 시절을 거치고, 군사독재정권의 질곡에서 벗어나 민주화세력에 의한 통치로 시대는 바야흐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고 국가적 비상(飛上)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다.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봐도 이제 국가독주나 국가주도 또는 국가가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가운영에 사회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고려하여 국정운영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은 민심읽기에 주목하고 공론형성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사회의 관계가 이렇게 개방적인 체제(open system)로 변모해가면서 나타나는 적(敵)들이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군사정권하에서 나타났던 행태로 우리 사회를 폐쇄적으로 만들어 동맥경화증에 시달리게 하고 역사를 과거로 후퇴시키는 징후들 말이다.

‘내 생각만 맞다고 주장하고 남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나,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 등...’ 이러한 행태는 강자가 행사할 수도 있고 약자가 행사할 수도 있다. 또한 명분이 있을 수도 있고 실리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과정을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과연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의 사회모습은 어떨 것인가? 잘은 모르지만 정글의 법칙(a law of jungle)이 지배하는 동물사회의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짐작된다. 인간이 동물이긴 하지만 그런 상황은 분명 비극이다.

최근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하지만 소신을 밝히기를 두려워하고 합리적인 논의과정이 위협을 받으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무모함이 도처에서 예감되는 것을 느끼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적들을 발견한다.

민주주의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이러한 다양성은 토론과 설득 그리고 합의과정을 통해서 결속된다. 서구 선진국들은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존중하고 지켜서 우리보다 앞설 수 있었다.

사회구성원들의 공존의식과 유대감은 공감된 인식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 속에서 생기는 것이지 우리(we)를 우리(cage)에 가둬놓고는 생기지 않는다. 참전(參戰)과 친미(親美)가 의미 있듯이 반전(反戰)과 반미(反美)도 의미가 있다. 개개인이 갖는 가치관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對 이라크전이 명분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의 결합체인 국가의 판단과 결정은 나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내 주장이 중요하듯이 남의 주장도 귀담아 듣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론과정을 거친 결정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권위주의와 독재, 그리고 편견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 열린사회로 가는 길목의 복병들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