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말

-정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겠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 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