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물가

김태숙

맨 처음 세상이 발을 내린 곳

한 천년쯤 배를 맞대고

이승의 잔 모래알과

물살에 흘러온 저승의 노랫가락이

은밀히 넘나든 이곳

가벼운 첫발에 불시착한 생명들이

더 깊은 곳으로 숨지도 못하고

비명 한번 못내지르고 쓸려나간

물가 갯벌은 비고

입다문 몸에 딱지진 상처같은 돌기같은

검은 바위에만 겹겹이 때가 낀 채

흐른 세월이 앉아 있다.

들여다 보니 바위를 덮은 건

때가 아니라 상처가 아니라

때 낀 위에 새까맣게 부화한 생명들

생명은 언제나 이미 간 것들 위에

씨를 뿌리고

비로소 이곳에 앉아보니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잔 정과

뽀르르 뽀르르 귀를 메우는

어린 조개들의 숨소리를 알겠다

그러나 꺼지기 쉬운 이곳

점벙점벙 잔물결에도 쉬 덮이는 세상

어쩌다 불시착한 생명들이

물 끝에 떴다 사라지는

위태로운 물가에

생명과 내통하는 모든 것이 와서

산란을 한다

오늘은

캄캄한 어둠의 배를 빌어 제몸을 푸는

힘겨운 이승 사랑 몇 개

위태로운 물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