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숲속에 얼굴 붉은 짐승이 살고 있어

그를 모든 짐승의 왕이라 칭했다

그가 한번 울부짖으면

여우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했다

그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구경하기 위하여

숲 입구에서 벌써 백리나 뒤쫓아왔다

돌아보자니 숲은 장엄했다

수만 근 무게의 구리 기둥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여기저기 쓰러져 누워 있고

한꺼번에 수백 명의 밥을 지어 먹이던

녹슨 쇠솥이 언덕에 뒹굴고 있었다

우리는 이리저리 숲속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쉬이 만날 수 없는 법,

긍휼한 우리들 중 몇몇은 숲 그늘에 앉아

춤추고 노래하고 이끼 낀 누대에

앉아 잠든 돌사자를 어루만지기도 하였다

동백아,

이제 그만 나무에서 내려오려무나

꽃으로 돌아가자

*나희덕

-시인, 대학교수

-충남 논산, 1966년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1988년 ‘그곳이 멀지 않다’로

김수영 문학상 수상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198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