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집을 선택하는 데는 각각의 기준들이 있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집의 형태가 결정되면 다음 문제가 되는 것은 평수다. 능력이나 필요에 따라 자신 살 보금자리를 꾸며간다. 집은 일단 실용적일 수록 좋지만 경관이 수려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자연과 어우러지고 아늑해 보이는 전원주택이라면 어느 누구든 다시 한번 보게 되고 구미가 당기기 마련이다. 그 밖에도 집을 고르는 요령을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제 각각 경험에 비춰 여러 가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주씨 부부의 흙집 이야기
고대면 당진포3리에 사는 주세상(46)·유영분(42)씨가 선택한 집은 바로 ‘흙집’이다. 그 구분을 하자면 단독주택에 해당할 것이고, 그 크기는 50평 정도이다.
주씨 부부는 연로하신 장인·장모님(유찬혁73, 조영자63)의 건강을 생각해 낡은 집을 헐고 그 자리에 사진속 집을 지었다.
‘흙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선조들이 흙집을 짓고 생활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흙집의 특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흙의 특성상 유입되는 공기에 대해 자체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흙집 안에서는 요리를 해도 음식냄새가 잘 배지 않는다.
흙집의 또 다른 특성은 바로 새 집일 수록 좋다는 것이다. ‘새집증후군’ 때문에 실내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식물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새로 지은 집은 사람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흙으로 새로 지은 집에서는 이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깊은 산 속이나 꽃밭에 가면 숨을 크게 쉬게 됩니다. 공기의 흡입량이 많아지는 것이죠.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은 본능이 발산되는 것입니다. 흙집에서 공기의 흡입량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죠. 흙이 걸러주는 좋은 공기니까 숨을 크게 쉬게 되고 머리가 맑아지고 건강도 좋아집니다. <주세상>”
흙집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흙집을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이라고 말하는 이유와 연관이 있는데 흙집에서 생활하다가 철거할 경우 일반 건축물과는 다른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흔히 일반 건축물을 철거하게 되면 말 그대로 ‘건축폐기물’이 양산된다. 철근과 콘크리트 등은 별도의 분리작업을 거쳐 일부는 매립되고 일부는 재활용 된다.
흙집은 어떨까? 주씨의 말은 ‘흙집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지게 만든다.
“흙집에서 살다가 철거하게 되면 ‘흙’은 ‘밭’으로 가고, ‘나무’는 ‘아궁이’로 가면 된답니다(웃음).”
물론 모든 자재가 흙과 나무로 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나무와 흙으로 이뤄져 있기에 흙집은 자연친화적인 건축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딸 은혜가 자동차에 남긴 흙집 책
주씨가 이처럼 흙집을 만들게 된 동기는 흙집을 지으면서 쓴 일기형식의 책을 딸 주은혜(21)양이 주씨의 차 안에 두면서 비롯됐다. 인테리어 내장 목공일을 해왔던 주씨는 이 때부터 생태건축공부를 하게 됐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10년’ 이라는 ‘후회 없는 공백기’를 갖게 된다.
흙의 밀도 높이는 것이 관건
흙집 건축 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흙과 흙 속에 밀도가 높도록 잘 짓이기는(섞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집을 짓는 도중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잘 짓이긴 흙은 일종의 천연 유약이 발라진 통나무와 어울려 흙집의 주 재료로 활용된다. 사진속 집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360도 전면이 다 흙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즉 주씨의 집에서 보일러의 온도를 높인다면 곧바로 ‘황토찜질방(?)’이 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지붕부분의 건축은 쉽지 않았다. 쇠 작업 전문가에게 ‘사각철재(특수 제작된 철 구조물)’를 의뢰하고 직선보다는 밴딩을 해서 고르게 하중을 받게 한 뒤에야 흙으로 지붕을 덮는 것이 가능했다.
이렇게 지은 흙집은 특별히 관리할 부분은 없지만 생태건축의 특성상 크렉(미세한 틈)이 생기게 되면 ‘흙매김(옛날 선조들이 하는 일종의 땜질)’을 해줘야 한다. 또 비용은 수공이 많기 때문에 일반 전원주택을 짓는 것보다 약간 더 든다.
‘흙집에서 살아봤고 흙집으로 돌아가다’
주씨의 장인인 유찬혁(73, 당지포 3리)씨는 “아무리 건강에 좋은 집이라도 자신이 살기 불편하다면 살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씨는 또 “과거 흙집에서 살아봤고 노후를 맞아 흙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사위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씨는 “앞으로도 흙집과 같은 생태건축을 하기 위해 연구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주고받는 삶을 살고 싶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집에서 술을 빚어도 술 냄새가 배지 않는 흙집. 숨을 커다랗게 내쉴 수 있는 흙집에는 또 다른 비밀과 기대가 있다. 바로 주씨의 기대인데 주씨에 따르면 흙집을 지을 때 제비집도 함께 지었다. 그래서 다가올 봄에 주씨가 만든 흙집은 어쩌면 ‘다세대 주택’이 될런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