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악면 봉교리. 오봉제 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아름다운 부부가 살고 있다. 조창형(75) 할아버지와 오영화(73) 할머니. 칠순을 넘긴 이들 노부부는 50평생을 부대끼며 살고도 저승에 가서도 다시 만나 살고 싶다고 말하는 한쌍의 원앙이다. 주위사람들은 이들 부부를 가리켜 ‘다시없을 천생연분’이라고 말한다.
주위사람들이 이렇게 여기게 된 것은 이들 부부가 평소 집밖으로 큰소리가 새어 나간 적이 없을 정도로 금술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풍으로 제대로 거동을 못하게 된 아내를 10년째 돌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감화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편 조 할아버지는 10여년 전 혈압으로 쓰러져 오른손과 오른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말투도 어눌해진 부인을 대신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시도때도 없이 병원나들이를 하지만 할머니 표현대로 “남들 같으면 내치고 구박할텐데 한번도 싫은 내색 않고 돌봐주고 있으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할아버진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마을에서 가는 경로관광에 한번도 떼어놓고 간 적이 없다. 집안에서만 지내는 생활이 얼마나 답답할까 헤아리는 마음이 없으면 엄두를 못낼 일이다.
열아홉살에 8남매 집안의 큰며느리로 시집온 아내. 학교 다니던 시동생들을 위해 새벽밥을 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그 시절, 농사일로 하루해를 다 넘기고 저녁엔 아홉식구의 저녁밥상을 차려야 하는 고단한 일상이었지만 그 아내는 “식구가 많은 것이 좋았다”고 말한다.
할아버진 한평생 감기 한번 앓지 않았던 부인이 그렇게 된 것이 젊어서 고생시킨 탓이 아닌가 해서 미안하고 안쓰러울 뿐이다. 반면 할머닌 요즘들어 부쩍 허리가 아프다는 할아버지가 거동 불편한 자신을 자주 업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해서 또 미안하단다. 나이탓일수도 있는데... 부부의 눈엔 흘러간 세월이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서로를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만 있을 뿐인가 보다.
이들 부부가 말하는 부부가 사이좋게 한평생 사는 비결은 바로 ‘맞부딪치지 말라’는 것이다. 언짢은 소리엔 바로 반응을 보이지 말라는 것.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원만하게 살아가는 지혜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