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의 고향, 송악면 부곡리 초가지붕의 학교에서 상록초 2회들은 마루바닥도 아닌 토방에서 공부를 했었다. 흙바닥이어서 어느 녀석이 구석에다 몰래 오줌을 눠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겨울이면 솔방울 연기 자욱했던 교실, 미국 원조물품인 우유가루를 먹었고 지금은 사라진 망덕산에서 백토흙을 파다가 구슬을 만들어 놀았다.

방학을 주는 날은 안섬애들과 한진애들이 패싸움을 하는 날이었다. 물이 들고 남에 따라 육지도 되었다가 섬도 되었던 안섬의 친구들은 빠졌던 물이 차오를 때면 아무리 수업중일지라도 부랴부랴 집으로 가곤했다.

사친회비(학비)를 내라고 하면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보릿겨로 떡 해먹던 굶주림의 세대가 바로 2회들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살았기 때문일까, 같은 동기라도 나이차이가 들쭉날쭉이지만 상록초 2회들은 지금 매월 한번씩 거르지 않고 모일 정도로 결속력이 좋다.

어릴 때의 추억을 되찾고 싶어 1991년도부터 모임을 시작했고 90여명에 이르던 동창들 중 지금 전체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은 45명에서 50여명 정도다.

1년에 두차례(8월, 12월)씩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동창들과 함께 자리를 갖는다. 재정도 탄탄해 매년 3명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상록초 2회는 1993년도 모 방송사의 ‘6시내고향’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은사님을 모시고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그대로 재연하는 모습이 전국에 방영됐었다.

주먹왕이었던 덕재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나무를 잘타던 박정숙은 좋아하던 남자애 앞에서 서서 오줌을 눴던 여걸 중에 여걸이었다. 어려웠지만 이웃지간에 정이 많아 작은것도 나눠먹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질 했던 친구들이었지만 왕따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화재로 집 한채 몽땅 잃은 친구를 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줄 수 있었던 것도 옛정의 힘이었다.

김종관 회장은 “잘살던 집 애나 못살던 집 애나 지금 만나면 똑같은 친구들 일 뿐”이라며 “부담없고 편안한 모임이기에 동창들도 열일 제쳐두고 모임이 있으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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