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가고 새해를 맞으며 모든 이에게 날마다 좋은 날, 해마다 좋은 해가 되게 하여 달라는 소망을 가슴에 담는다. 세월의 빚이 쌓여 갈수록 우리 시대를 바로 이끌기 위해 실혈을 기울여온 겨레의 스승이요, 국어학자이신 고 一石, 이희승 선생의 수필인 “딸각발이 정신”에서 ‘묘한존재’라는 글을 새삼 새기고자 한다. 사람이란 묘한 존재이다.
우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묘하고,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때문에 사는지 모르고 사는 것이 묘하고, 그러면서도 무엇을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묘하고, 백인백색으로 얼굴이나 성미가 각각 다른 것이 또한 묘하다. 모르는 게 약이요, 아는 게 병인데도 아는 체 하는 것이 묘하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건마는 다 뛰려고 하는 것이 묘하다. 제 앞에 죽어가는 놈이 한없이 많은 것을 보면서도, 저만은 영생불사(永生不死)할 줄 아는 멍텅구리가 바로 사람이요.
남 잡고 남 골려서 저만이 살찌겠다는 욕심쟁이가 곧 사람이니, 그 또한 묘하다. 산속에 있는 열놈의 도둑은 곧 잘 잡아도 제 마음 속에 있는 한 놈의 도둑은 못 잡는 것이 사람이요, 열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더니 10년을 같이 지내도 그런 줄은 몰랐다는 탄식을 발하게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요것이 대체 말썽꾸러기다.
차면서도 뜨겁고 인자하면서도 잔인한 말썽꾸러기다. 내가 만일 조물주였다면 천지 만물을 다 마련하여도 요것만은 만들어내지 않았을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묘한 존재이다.
또한, 나 자신이 이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정말 사람이란 참 묘한 존재로서 알고도 모를 일이다. 묘하다. 세상사 권력에 아첨하고 잇속 챙기는 편법에 중독된 일부 지도층의 작태와 황금제일주의, 인간중심의 가치관 붕괴, 도덕과 윤리의 본향이었던 내고장 당진의 그 고결함과 아늑함의 빛이 급격한 도시화의 물결에 바래가는 오늘, 간결하고 그립다.
지조와 절개의 사표였던 일석 선생의 깊은 향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