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머리손질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바쁜 농사일 틈틈이 이·미용 기술을 배운 농촌주부들이 가위와 머리빗을 들고 시골 경노당을 찾았다.
13일 오후2시, 대호지면 마중리 경노당을 찾은 주부들은 모두 6명. 이·미용 봉사반장을 맡고 있는 이영자(신평 상오)씨를 비롯,, 김상희(석문 삼화), 신순명(합덕 신리), 김병림(신평 신송), 김선희(송악 가교) 주부다.
이들은 당진군 농업기술센터가 실시한 농촌여성 기능강좌 중 이·미용 기술수업을 수강한 아마츄어 미용사들이다.
가족들의 머리손질을 손수 해보겠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이 수업을 받았던 이들은 차츰 욕심이 생겨 이·미용업소가 멀어 불편을 겪는 농촌 오지마을 노인들을 찾아가 무료 이발봉사를 벌이고 있다. 매월 둘째·넷째주 월요일을 봉사날로 잡아 노인들의 머리손질을 해온지 벌써 3년째다. 물론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부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 수업을 받은 당진군 생활개선회원 27명이 봉사반을 꾸려 번갈아 가며 경노당을 찾고 있다.
올 한해만 이들의 손길을 거친 노인들도 379명에 이른다. 집에서 농사일만 해왔던 농촌주부들이 가족이 아닌 다른 이웃을 위해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가정일에선 찾기 힘든 ‘보람’ 때문이다.
집에서 과수원 7천평을 경작하는 봉사반장 이영자씨는 “봉사활동은 이 일이 처음”이라며 “할아버지들이 반겨주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사도 짓고 보험설계사 일도 한다는 김선희씨는 지난 3년간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봉사활동에 나온 모범 봉사자다. 당진읍에 사는 이금희씨도 올해 15회에 걸쳐 계속된 봉사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이씨는 “그동안 애들이 어려 엄두를 못냈지만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었다”며 “배운 기술로 부업할 생각은 없고 봉사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달만에 찾아온 주부 미용사들을 기다리던 마중리 노인들은 10여명 정도. 30분만에 이발이 끝났는데 노인들 표정이 무척 밝다.
남영우 할아버지는 “처음엔 맘에 안들었는데 오늘은 잘 깎아줘 기분이 좋다”며 “이발료 7천원을 벌은 셈”이라고 거듭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인천에서 이사 왔다는 최영수 할아버지는 “시골이라 버스도 자주없어 한번 이발소에 다녀오려면 4시간은 잡아야 한다”며 “도회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뜻있는 일”이라고 연거푸 봉사반 주부들을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