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아내와 아미산을 찾았다. 구름 낀 하늘이 해를 감추어 산행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산을 오르는 동안 산중턱에 수줍게 물든 진달래와 화려한 색으로 자태를 뽐내는 벚꽃의 아름다움으로 피곤한 줄 모르고 두 시간 반 가량 세상일을 잊으며 걸을 수 있었다. 오가는 길 어디에도 쓰레기 하나 찾을 수없이 깨끗이 정돈된 길과 나무 계단 하나하나 그 위를 걸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수고한 손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을 수 없었다. 등성이를 따라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 사이로 무언가를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에 그게 무어냐 물었다. 원추리라는 대답에 시간을 내어 함께 따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오랜만의 걸음이라 이내 생각을 바꾸어 계속 길을 걸었다.

정자에 올라 의자에 앉으니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행복하다. 땀을 흘린 탓인지 시장기도 있어 준비해 온 사과와 오이를 한 조각씩 베어 물으니 그동안 먹어보았던 어떤 사과보다 맛있다. 꿀맛이 따로 없다.

의자에 앉아 동서남북을 돌아보며 땀이 식을 즈음 다시 길을 걸었다.

면천이 바라보이는 정상을 향해 길을 계속 가는데 오른쪽으로 길을 잘못 잡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 걸으면 나와야 될, 낯익은 산 속 길 대신에 가도가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뿐이다. 이 길이 맞느냐는 계속되는 질문에 맞으니 그냥 따라오라고 역정 아닌 역정을 냈었다. 그러나 나를 믿고 따라오는 아내에게 결국에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적지 아니 실망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그 길이 오히려 편해 좋다고 화답해준다. 아닌 게 아니라 두 시간 가량을 걷다보니 만약 제대로 된 산길로 왔었다면 오죽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잘못된 선택이 오히려 고마울 정도였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뿐만 아니라 벚꽃이 내뿜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감미롭게 한다. 이내 산은 바뀌어 소나무들로 가득하다. 언제 보아도 소나무는 늘 푸르른 것이 한결같아 좋다. 또한 어느 정도 굽어진 것은 굽어진 만큼 보기에도 좋다. 사람도 소나무처럼 늘 한결같으면 좋으련만.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니 그저 마음속으로만 소망할 따름이다. 이처럼 좋은 산이 지척에 있음에 감사한 생각과 찾는 일이 적었음에 민망함이 교차한다.

본지 편집위원 / 송악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