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우리 내외는 늦가을 주말에 안섬포구를 따라 바닷바람을 쐬면서 걷다 예닐곱살 정도 됨직한 한 어린 아이를 만났다. 찬 바람이 부는 날임에도 양말도 제대로 신지않은 채 갯가에서 낚시놀이를 하던 중 지나가던 우리를 보고 자기 집으로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집까지 가는 중 차안에서 아이는 고맙다며 손에 꼭 쥐고 있던 감 1개 귤 1개를 우리 내외에게 건네 주었다. 오막살이에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으며 할아버지는 갯가에 고기잡으러 갔단다. 기막힌 사연을 자세히 알지 못한채 찡한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지난주에는 그 조손가정에 ‘YMCA사랑의김장나누기’ 행사에서 제공받은 김장김치와 쌀 1포대, 겨울옷 몇벌, 과자를 챙겨 아이를 방문하고 격려하는 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정부가 자치단체를 통해 지원하는 게 한계가 있기에 주위로부터 체계적 도움의 손길이 더 없이 필요한 것 같다.

국제금융위기라는 파고의 가장 심각한 피해 한 복판에 추위와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픈 현장을 보면서,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와 성모 마리아의 노래를 되새겨 본다.

성경 누가복음 1장 46절-53절에는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에게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나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46절).”

마리아는 인간에 의해서 왜곡된 질서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정의롭게 반전된다는 사실을 노래하고 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들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51절-53절).”

마리아는 하나님이 계급화되고 비틀린 사회를 완전히 새롭게 하신다고 노래한다. 2008년전 예수 탄생의 기사가 실린 누가복음이 기록된 그 시대는 로마의 권위가 하늘을 찌를 때 나온 것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그런 절대 권력을 하나님이 꺾으시고, 그 모든 권력 위에서 하나님이 다스린다고 노래했다.

성탄절은 하나님에 의해서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을 희망한 사건이었다. 바로 여기에 크리스마스의 핵심인 기독교 신앙의 긴장이 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세상의 현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때로는 기다리며 때로는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위해 땀흘린다. 영혼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이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참아야 하니 그것은 결국 하나이다.

비록 신앙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지구촌 곳곳에 지금 이 시간에도 눈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유한한 삶을 영원에 대입하는 삶의 자세를 이어가며 영혼의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이 겨울에 다시금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