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인인 한혜자(왼쪽)씨와 어머니 김일재(가운데)씨, 그리고 이문재(오른쪽)씨
▲ 부인인 한혜자(왼쪽)씨와 어머니 김일재(가운데)씨, 그리고 이문재(오른쪽)씨

80세 노모 신세 안지겠다며 혼자 농촌에서 지내

당진읍에 사는 이문재씨의 주말일정은 항상 어머니와 함께하는 것이다. 당진에 내려와 직장을 구하면서 주말에는 한번도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 주말이면 고대면 장항리에 사시는 어머님 댁을 방문해 집안일을 돌봐드리고 일주일간 해야할 일을 적어드리고 온다. 올해 대학생인 아들과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주말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고대면 어머님댁으로 달려간다. 어머님과 같이 살고자 했지만 극구 혼자 밭일하고 마실 다니며 살고 싶으시다는 어머니를 위해서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요. 다른 형제들 보다 제가 집이 가까운데다가 어머니의 다리가 아프신데 자꾸 밭에 나가시려고 하니까 걱정이 되서 들리는 거예요. 저도 나름대로 일이 있긴 하지만 길가에 다리 두들기며 지나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서 안 가볼 수가 있어야죠.”

문재씨는 어머니댁에 가면 어머니 다음으로 가장 먼저 마당을 둘러본다. 마당 한 켠에 자리한 창고에 농기구들이 잘 정리돼 있는지 꼼꼼히 챙긴다. 밭일로 인해 흙투성이가 된 어머니와 집안을 정리하는 것도 문재씨의 몫이다.

“효자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은 어머님이랑 자주 싸워요. 맨날 밭에 나가셔서 털썩 앉으셨다가 그냥 집에 들어오시니까 일주일에 한번 오는 집인데도 지저분하죠. 어떨 땐 어머니 뵈러 왔다가 주말이 청소하는데 다 가버리곤 해요”

“든든한 지원군이자 후원자인 아내”

이 외에도 그가 어머니 몰래 하는 일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어머니가 일구시는 밭에 몰래 나무를 심는 일이다. 계절별로 시기에 알맞은 나무를 밭 둘레에 심어가면서 어머니가 일하시는 면적을 몰래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나무가 없으면 어머니는 넓은 밭에 고추, 감자 등을 심으며 다리를 두들겨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가족보다 어머니를 챙기는 문재씨를 부인인 한혜자씨도 당연하다고 여기며 지금껏 살아왔다고 한다.

“가족끼리 주말에 소풍도 가고 싶고 외식도 하고 싶긴 하죠. 오죽하면 아들이 아빠와 함께 목욕탕을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겠어요. 그런데 어른을 모시는 일은 당연하거고 어머님이 혼자 계시니까 와 봐야죠. 저희 친정에도 잘하고, 아이들이 어른 공경하는 걸 아빠를 통해 배우니까 저도 좋아요.”

문재씨의 여동생인 이은선씨는 오빠보다는 시누이인 한혜자씨를 더 챙긴다.

“언니가 착하니까 오빠랑 이렇게 지내는 거죠. 오빠가 하자는대로 묵묵히 잘 따라와줘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좋은 거 숨겨뒀다가 딸들 안 주고 우리 언니 준다니까요.”

“모든 어머니가 곧 나의 어머니”

문재씨가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어머니 뿐 만이 아니다. 봄날이면 환경정리를 위해 꽃을 심는 동네 어르신들이 고생하시는 것만 같아 문재씨가 직접 나섰다.

“환경정리 하시는 구역이 저희 집 밭 경계선이어서 주말이면 어차피 동네에 오니까 제가 하기로 했어요. 국화를 사다가 심어서 가을이면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죠. 그리고 열매가 열리는 나무도 심어둬서 아무나 오셔서 따 드실 수 있도록 해뒀어요. 다 똑같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인데 조금 편하게 지내시면 좋잖아요.”

어머니이신 김일재씨는 아들도 고맙지만 묵묵히 믿고 따라와 주는 며느리가 더 예쁘다고.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는 며느리와 손자 자랑에 여념 없던 김일재씨는 지난달 다녀온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꺼냈다. 제주도 여행은 문재씨의 주관으로 친척들과 함께 매년 명절마다 3만원씩을 모은 돈으로 지난달 어머님과 작은어머님들이 다녀왔다. 한푼 두푼 모은 금액은 500만원이 되었고 2박 3일 동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저희 아버님도 그렇고 작은 아버님들이 먼저 돌아가셔서 홀로되신 어머님들이 그나마 건강하실 때 좋은 곳에 보내드리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친척들도 동참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이문재씨는 올해 80세가 되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엄마라고 부르며 따뜻한 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라고 했다.

“다들 어머니라고 부르지만 저는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겨울에 기름이 많은데도 자꾸 보일러 꺼두시지 않고 지내셨음 좋겠어요. 혼자 계시니까 자꾸 보일러를 꺼두셔서 같이 살자고 말씀드렸더니 밥 해드실 수 있을 때까지는 ‘신세’를 안 지실거라고 하세요.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가족들과 어머니와 함께 흙방 지어서 따뜻한 방에 함께 앉아 이야기 하면서 지내고 싶은 게 제 마지막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