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신 선생(심훈 작 ‘상록수’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의 기념관은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상록수공원은 아파트단지 내에 위치한 일반적인 주민 휴식공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 의미는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질 위기에 놓인 역사, 문화 가치를 시민들이 지켜냈다는 것에 있다.
안산시는 대표적인 위성도시로 90년대 급격한 개발이 진행됐으며 현재 상록수공원은 주거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지나갈 예정이었다.
불도저식 개발이 팽배한 사회에서 주민들과 최용신의 생존 제자들은 역사의 현장을 지켜내기 위해 수년간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념관 건립과 샘골강습소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주민 공청회를 열어 최용신 선생의 업적과 역사적 가치의 공감대를 얻어내고 교수, 전문가 등을 통해 최용신에 대한 인물 연구와 서적 발간을 진행했다. 최용신 선생의 한 제자는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기념관 건립을 도왔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위치한 푸른 숲, 상록수공원은 단순한 휴식공간이 아닌 도시개발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역사의 현장을 지켜낸 시민들과 지자체의 역사적 마인드를 보여주는 결정체인 셈이다.
반면 기념관과 아파트단지가 함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현재 안산시에서도 이를 보안하기 위해 기념관을 중심으로 주변지역과 연계한 문화컨텐츠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심훈 선생의 상록수가 집필된 ‘필경사’는 최용신기념관이 건립되기 전 샘골강습소가 처한 상황과 매우 흡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필경사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돼 개발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다행히도 군수가 필경사의 현 위치에 심훈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으며 더불어 심훈 선생의 아들 심재호씨가 평생에 걸쳐 수집해 온 심훈 선생의 육필원고를 비롯한 유품 1천여점을 군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나 1년이 지나도록 심훈기념관은 ‘계획’과 ‘약속’만 있을 뿐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문학기념관은 여타 박물관과는 달리 작가와 작품이 지닌 가치와 역사적 의미가 기념관의 주요 전시물이 된다. 때문에 작가의 유품이나 육필원고 몇 점만으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필경사는 직접 작품이 집필된 곳이자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에 위치에 있으며 작가의 유품도 1천여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념관 건립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에 있어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의지와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질책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중요한 것은 유품이 1점이냐 1천여점이냐가 아니다. 일제강점기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심훈 선생의 집필지인 필경사가 지니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이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개발로 인해 당진은 교육과 더불어 문화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포함돼 개발될 위기에 놓인 필경사를 지키고 주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역사교육현장으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절실하다.
더 늦기 전에 기념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