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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과녁에 '생각의 활'을 겨누다

호서고등학교 ‘생각’동아리 '염궁문(念弓文)'

활시위를 당겼다 놓는 순간 화살은 과녁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간다. 비록 과녁에 안맞고 떨어질지언정 주춤거리거나 휘어가거나 중도에 되돌아오는 법은 없다. 활을 떠난 화살의 행로는 운명적이다. 그 운명이란 그러나, 활시위를 어떻게 당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조건적인 것이다.

우리가 생각의 화살을 쏘아 보낸다고 해보자. 깨달음에 닿기 위해 과녁을 향해 선 우리의 정신은 얼마나 신중하고 칼날 같겠는가.

호서고등학교 학생들의 ‘생각’ 동아리 좥염궁문(念弓文)좦. 바로 생각:염(念), 활:궁(弓)을 화두(話頭)로 한 동아리다.

이 화두는 수덕사에서 입도한 고승 ‘만공스님’의 화두이기도 했다. 수덕사가 있는 예산 덕숭산에 오르다 보면 산 중턱에 만공스님을 기리는 좥만공탑좦이 있다. 좥염궁문좦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좥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道 何事不成)좦의 좥정신일도좦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신을 한길로 모으는 것.

좥염궁문좦은 지난해 이 학교 박정운(43세) 선생님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와 비슷한 불교학생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염궁문이 불교학생회의 후신이라고 볼 수도 없다. 좥염궁문좦은 ‘깊이 생각하고 자기를 성찰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선각의 깨우침인 ‘불교’는 그것을 위해 택한 한 ‘방편’일 뿐이다.

그러나 가끔씩 석가의 가르침도 배우고 한달에 한번 가까운 절을 돌며 스님의 법문도 듣고 하다보니 이러구러 불교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이 태반이 되었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찌든 아이들에겐 봉사활동도 제대로 하고, 공기 좋고 산수 좋기로 이름난 절을 끼고 야외나들이를 한다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다.

여름날의 어느 토요일, 40명이 족히 되는 학생들이 면천에 있는 절 영탑사를 찾았다. 산과 절을 좋아하는 선생님 몇분도 동행했다. 마침 비구니스님이 오신 뒤라 절 경내가 깔끔해져 있어 학생들의 도움은 없어도 될 성싶다. 일을 하기엔 너무 더운 여름 한낮이었는데 잘됐다.

“매일 답답한 학교에만 있다가 이렇게 밖에 나올 수 있다는 게 최고로 좋아요.”

“맞아요, 게다가 절이 있는 곳은 경치나 공기도 그만이잖아요.”

까불까불한 정민이(원정민)를 시작으로 회장 세봉이(오세봉), 미남 정엽이(김정엽), 상규(추상규) 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학교밖 세상에 나와 가슴이 ‘뻥’ 뚫린다는 ‘이구동성’이다.

이날 야외에는 3학년 두 여학생도 함께 나왔다. 수진(황수진)와 신자(김신자)다. 신자와 친구사이기도 한 수진이는 똑부러지게 ‘불교가 매력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글쎄, 인간과 우주에 관한 통렬한 통찰이 매력없을 리도 없다.

넓게 볼 것도 없이 오늘 의 과녘에 생각의 활을 겨누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