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30년만에 최저의 벼 수확량을 보이고 있지만 쌀값은 터무니없이 낮아 농민들의 시름이 커져만 가고 있다.

농산물의 작황이 나쁘면 해당 농산물의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쌀가격 만큼은 그렇지 못한 기이한 현상을 보이며 지난해보다 오히려 낮은 산지가격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당진의 쌀값은 80kg 당 12만5천원에서 13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쌀값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쌀값 상승을 두고 쌀 직불금 지급을 앞둔 정부의 의도적인 쌀값 상승유도책이라는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흉작임에도 쌀값은 지난해 못미쳐

이처럼 흉작임에도 쌀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비축미 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현재 정부의 공공비축미 보유량은 2006년산부터 2009년산까지 약 140만톤으로 적정 재고량 70만톤의 두배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 흉작으로 인한 공급부족을 정부의 공공비축미가 메워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확기를 맞아 벼들이 일시에 출하된 것도 하락의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당진군내 한 농협 관계자는 “시장에서 쌀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현 정부 집권이후 대북 쌀지원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 보유량이 늘어났고 올해 흉작으로 줄어든 벼생산량을 정부가 보유한 공공비축미가 메워주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요와 공급이 충분하기에 쌀값이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생산된 미곡의 품질이 예년보다 떨어지는 것도 가격 하향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고대면 당진포 2리에서 개인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허석 이장은 “현재 쌀 가격이 12만5천원에서 13만원선까지 거래되고 있지만 물량이 없어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쌀가격이 낮아 농민들이 벼를 출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허석 이장은 “군내 개인 정미소는 10년전 160여개에서 현재 20~30여 곳 밖에 없다”며 “농협을 비롯한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막대한 자본과 유통시장 점유를 바탕으로 출혈 경쟁을 유도함으로서 영세한 정미소들이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허석 이장은 “이처럼 농협과 대형유통업체들이 농산물 유통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서로 출혈 경쟁을 벌여 시장 가격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농산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비 농민 소득 50% 줄어

올해 약 27ha(약 8만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우강면 김동헌씨는 “올해 이상기후와 태풍으로 수확량이 하락하고 미질도 떨어지는데다가 쌀값마저 최저치를 보이고 있어 전년대비 50%이상의 소득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값과 비료값, 농약값은 10년전에 비해 크게 상승했음에도 쌀 가격은 그대로다”라며 “소득까지 50%이상 약 1억원이상 줄어든데다 농협 부채와 농자재 비용, 농지 임차비용 등을 갚아 나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당진군청 정문 앞에서 벼가마 적재시위를 벌인 당진군 농민회 이희조 회장은 “당진군내 벼 수확량은 전년도 대비 약 30%이상 줄어들었다”며 “벼를 도정한다면 농민의 소득은 40~50%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조 농민회장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은 풍작일때에도 30%밖에 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자급율이 더 떨어져 외국 수입농산물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높아 농민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쌀 가격이 소폭 상승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다.

이희조 농민회장은 “이번 쌀가격 상승이 앞으로 지속적일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지는 지켜보아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쌀가격 상승은 변동직불금 지급을 앞두고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쌀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농민단체에서는 정부의 쌀 목표가격을 21만원으로 인상하고 당진군의 농업예산을 20% 확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벼 경영안정 대책비 30억원과 상자처리 보조제 50%이상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희조 농민회장은 “당진군의 농업예산은 전체예산 중 600억원으로 12% 남짓”이라며 “최소한 1200억원이 농업예산으로 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매우 미약한 상황”이라며 “농기계보조금도 없애 농민들이 빚을 안고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업 국가기반 산업,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

이덕기 전 농민회장은 “올해와 같은 이상기후가 내년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보다 근본적인 농업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기 전 농민회장은 “이상기후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이 25~30%내외로 외국농산물을 수입해왔는데 최근 이상기후로 식량자급율이 떨어지며 수입농산물이 급증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전세계적으로 곡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농들이 농업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농업을 상업적인 시각에서 보지 말고 국가적 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농업정책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덕기 전 농민회장은 “쌀 가격의 경우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며 “생산된 농산물을 시장가격에 맡기기 보다는 최저가격을 보장해줘 농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OECD국가의 평균 농업 보조금은 15%이나 우리나라는 농업보조금이 5%밖에 되지 않는다”며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농업이 GDP의 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업정책을 경제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며 “정부가 농업정책을 국가식량안보차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농업정책에 개입해 쌀생산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식량자급 목표를 설정해 놓고 농산물이 과다 생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의식 개혁도 필요 지적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민들이 벼값을 시가보다 더 많이 달라고 농협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농협들은 농민들의 요구에 따라 100원씩만 더 줘도 10만톤이면 1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추가로 지불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같은 요구에 지불된 막대한 돈은 농협의 경영안정을 위협하고 이는 곧 농민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선 농협 종합미곡처리장(RPC)의 적자율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 농협 RPC의 경우 올해 15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평균 5억원에서 10억원의 적자를 냈다.

또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이 26%로 나머지 74%의 곡물을 외국에서 수입하는데 주로 콩, 옥수수 등 사료용 곡물”이라며 “소비하고 남은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거나 가공품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