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던 구제역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축산농가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이야가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구제역으로 자식 같은 소를 묻고 실의에 빠진 목장주에게 이웃 축산인들이 자신의 소를 한 마리, 두 마리씩 내어주며 제기의 힘을 북돋아 준 것이다.

훈훈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구제역 피해농가 김진필(44) 씨와 그의 이웃들인 당진낙협(조합장 이경용 )낙농 2세들이다.

김진필 씨는 부친으로부터 대를 이어 25년째 젖소를 키우고 있다. 매일 1톤씩 우유를 생산할 만큼 순탄하게 농장을 운영해 온 김 씨에게 지난 겨울 구제역 파동은 그야말로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끔찍한 일이었다. 하루아침에 우유를 짜던 150마리 소를 집 앞 마당에 묻어야 했다. 김 씨는 군내 2곳뿐인 구제역 매몰 젖소 농가 중 하나다. 대를 이어온 50년 전통의 도립목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김 씨는 “그야말로 폐인이 되었었다”고 지난 몇 개월을 되돌아봤다.

“1월9일에 소를 모두 묻었어요. 그리고 지난달까지 생활은 말로 다 할 수 없죠. 희망이 없으니 방탕한 생활도 했어요. 당장 생활비가 없으니 노가다(일용직 공사장 인부)도 했죠.”

1차 보상금으로 밀린 사료값을 치르고 나니 당장 생활비가 문제였단다. 군을 제대 하자마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장만 보고 살아온 김 씨는 실의에 빠졌다. 구제역이 풀리고 재입식이 가능해졌지만 새로 젖소를 구입할 자금이 여의치 않았다. 그때, 이웃들이 손을 내밀었다.

“형님들이 빨리 다시 시작하라고 등을 두드려 주셨어요. 목장에서 소를 한 마리씩, 두 마리씩 내주셨어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신 거죠.”

송산, 초락도, 새합덕, 우강, 면천 등지의 당진낙협 낙농 2세 목장주들이 “진필이네도 일어서야 한다”며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농장에서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젖소를 한 마리씩, 두 마리씩 김 씨에게 내 주었다. 그렇게 십시일반 마음으로 모아진 젖소가 모두 30마리다.

“젖소 가격이 오르고 우유쿼터제도 풀려서 소를 쉽게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 더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시가로 4~500만원 하는 소들이에요. 그래도 후배 살리겠다고 소를 내어주시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은혜죠.”

김 씨는 “빚 갚는 방법은 하루 빨리 악몽을 털고 일어나 재기하는 것”이라며 “제가 다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