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후, 정치판에서는 새판짜기가 분주하다.

여당과 야당 모두 당내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고, 당내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과 더불어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후보론이 힘을 얻으면서,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되는 시민주도형, 시민참여형 개혁정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정당에 대한 기대감은 일부 서울사람들의 착각일 뿐이다.

정치개혁 논쟁은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그리고 총선거를 앞두고 정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치권의 단골메뉴이다.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서 혹은 총선 공천을 위해서 정치인들이 벌이는 자기 밥그릇 싸움이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주도한 낙천낙선 운동, 공천혁명 등이 전에도 있었지만 한국정치는 여전히 개혁의 대상인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정치개혁’ 논쟁에는 새로운 양상이 하나 추가되었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고 안철수 교수가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면서 기존의 정당이 아닌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원순-안철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향후 대선이나 총선에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보다는 그들을 반대하고 의심하는 유권자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높은 지지도는 20-30대 젊은 유권자가 많은 서울시나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만 가능한 현상이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서울시민의 지지 여부는 연령대에 따라 크게 달랐다. 박후보는 20대, 30대, 40대 연령층에서 거의 70%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50대와 60대의 지지율은 나경원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따라서 50대 이상이 전체 유권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박원순-안철수 세력이 정치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11곳 중 8곳에서 각각 승리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MB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극도로 낮은 상태에서 치른 보궐선거였음에도 집권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다. 20~30대를 찾아보기 힘든 비수도권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지난 10.26 보궐선거는 대한민국 진보적 시민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서울시장을 배출할 정도로 시민운동이 신뢰를 얻었지만, 서울시 경계를 벗어나면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시민사회 운동에 비교적 우호적인 20~30대가 몰려있는 서울시와 달리, 비수도권 지역에는 진보개혁 진영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50~60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시민사회 세력의 집권이 현실화되려면 20~30대가 서울에만 몰려있지 않고 전국 각지에 정착해 여론을 형성, 주도해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박원순-안철수 돌풍은 찻잔 속에 태풍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