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에서 즉각적인 수입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관련 부처에서 주요 언론사에 광고까지 하며 호언장담했던 ‘수입중단’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키운 셈이다. 광우병 발생 이후 여파가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는 판매를 중단하고 고기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줄었다. 고기 소비가 줄자 쌈채류 소비도 덩달아 하락세다. 광우병 발생 이후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를 살펴봤다.

정육점 미국산 소고기 판매 급감

“요새는 미국산 소고기 찾는 사람이 드물어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한우를 찾는 분들이 늘었죠. 저렴한 가격 때문에 외국산 소고기를 찾는 소비자들도 주로 호주산을 구입해요. 미국산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구석으로 밀려난 상태죠.”

소고기 판매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찾은 정육점들에서는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업체에서는 판매량이 낮아 미국산 소고기를 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가끔씩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미국산을 찾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그 수가 광우병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문제는 미국산 소고기 판매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축산품 판매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정육점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대개 1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산에 한정되어 문제가 발생해 타격이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다 매출이 줄어 걱정이 컸다.

마트를 찾은 황정은 씨(송악읍 중흥리)는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수입중단을 하지 못하는 정부가 한심하다”며 “생산지가 둔갑된 소고기가 유통될까봐 한우 먹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판매 중단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에서는 광우병 발생 이후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중단했다. 소고기 판매 매장에서는 한우와 외국산 소고기로 나눠 판매하고 있었다. 외국산 소고기 코너에는 호주산만 자리하고 있어 호주산 판매 코너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미국산 제품이 진열됐었던 자리까지 모두 호주산으로 채워졌다.

롯데마트 소고기 판매장 직원은 “광우병 발생 이후 축산물 판매장 매출이 15~20%가량 감소했다”며 “미국산 소고기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20%를 차지했던 점에 미뤄보면 딱 그만큼 매출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5월은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소비량이 증가하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매출 감소세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매장은 찾은 한 고객은 “예전부터 외국산은 불안해 한우만 찾았다”며 “우리 음식이 우리 몸에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송모 씨는 “광우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것도 아닌데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수입을 한다면 전수검사를 해서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상인 매출 감소 우려

고기집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광우병 발생 이후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오른 인건비와 재료비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터진 광우병 사태로 인해 지역경제가 더욱 침체됐다.

고기집을 운영하는 ㄱ 씨는 “광우병 발생 이후 소고기 판매량이 줄었다”며 “예전 같으면 5월달 매출은 행사가 많아 다른 달에 비해 오르기 마련인데 올해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외식을 즐기는 가족들도 고기보다는 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부모님과 함께 어버이날을 맞아 외식을 나왔다는 ㄴ 씨는 “평소 고기를 좋아해 어버이날 고기집을 찾았지만 올해는 낙지 판매점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우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은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한우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의 오영환 대표이사는 “어린이날 등 행사를 맞아 매출량이 오히려 조금 늘었다”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우만 공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수입중단 약속 지켜야”

농번기 맞아 촛불집회 개최는 불투명

광우병 파장에도 수입중단 조치는커녕 검역중단마저 실시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향해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당장 수입을 중단하고 촛불집회 당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한다는 광고까지 내보내고도 말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방문단이 제대로된 조사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난 2008년에도 미국 방문단이 이뤄낸 성과는 없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동완 국회의원 당선자 측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점에 대해서는 당연한 반응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에서는 최근 촛불이 다시 불을 밝히고 있지만 당진 지역의 촛불집회는 아직 예정되어 있지 않다. 농번기를 맞아 한창 바쁜 시기인 만큼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조 사무국장은 “롯데마트 판매 중지 조치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며 “마트조차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우협회 상경집회 무산으로 혼란

집행부 갑작스러운 취소 이유 의문

유병윤 전국한우협회 당진시지부장은 “2008년 소고기 협상 과정에서 촛불집회가 발생했고 이후 국무총리가 나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 조치를 하기로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지난 9일 상경집회를 실시하려 했으나 집행부에서 인원 동원이 어렵다는 등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며 갑작스럽게 집회를 취소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올라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회원들은 허탈한 상태”라며 “집행부가 외부 압력에 굴복해 집회를 중단한 것으로 보여 사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우협회 측은 “국회의원 당선자와 만나 국회 등원 시 수입 중단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약속받았다”며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국민들의 뜻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우병 발생 이후 미국산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의 한우 소비가 늘면서 한우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