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사진 속 순간에는 이야기들이 흐른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옛 추억들이 다시 살아서 움직인다.

첫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앳된 얼굴. 소위로 갓 임관했을 때가 겨우 스물 네 살이었다. 강원도 철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충무(지금의 통영), 연천, 진해, 인제, 오산을 거쳐 전역했던 홍천에 이르기 까지 전국 팔도에 수 십 번씩 근무지를 옮겨 다녔다. 덕분에 이사에는 이골이 났다. 짐을 풀면 이내 이삿짐을 꾸려야 했으므로 그냥 쌓아 놓는 게 버릇이 됐다. 지난 추억이 담긴 사진첩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반갑다. 나의 청춘이여.

두 번째 사진은 임관 1년 후 쯤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사라진 한미연합 ‘팀 스피릿(Team Spirit) 훈련’ 당시의 모습이다. 두 명의 미군, 그리고 하사와 분대장이 훈련을 준비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3개월 연습하고 2주 간 진행했던 훈련은 참 고됐다. 중대장을 따라 밤새 걷고 동이 틀 무렵이면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그렇게 경기도 여주에서 충북 제천까지 행군했다.

세 번째 사진이다. 서른이 되던 해에 운명처럼 한 여자를 만났다. 순수하고 명랑한 여자였다. 중매에서 결혼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첫 만남에 아내는 정복차림의 내게 물었다. “그 ‘007가방’ 안에 뭘 넣고 다녀요?” “뭐긴, 세면도구 들었지.” 그렇게 만나 무등산에서 데이트하고 바로 결혼하기로 했다. 그런데 제주도 신혼여행 때 입었던 사진 속 노란 커플티, 지금 다시 봐도 ‘센스’ 있다.

네 번째 사진을 찍은 건 2001년 무렵인 것 같다. 2대대 테니스장에서 열린 친목 테니스 대회였다. 맨 왼쪽에 서 있는 김찬원 합덕읍대장이고 세 번째로 서있는 사람이 김종국 석문읍대장이다. 이 중에는 향토예비군 중대장을 퇴임하고 지역사회에서 각자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비교적 최근 사진인데도 벌써 10년이 더 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