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 심훈상록문화제가 가장 많이 듣는 비판은 바로 ‘상록수 정신’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록수 정신’이 무엇인지는 이미 대략 ‘그 시대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함께 해결하는 정신’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면 문화제에서 어떻게 그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을 자각하여야 한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해결책을 제안하고 공동체에서 동의를 받아 함께 실행해야 한다. 그 일련의 과정에 토론과 회의가 있다. 문제와 원인 그리고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모든 제시된 아이디어를 의심해야 한다. 의심을 통해서 가능한 모든 문제와 쟁점을 검토한 후에야 미진하지만 제시된 대안에 공동체가 합의한다. 그것은 온갖 반박과 논리적 허점을 방어하면서 진화한 대안이다. 그동안 당진에서 이루어진 자유토론이라 불리우는 각종 토론의 실태는 이렇다. 먼저 소위 전문가인 발제자가 토론시간의 절반을 들여서 발제를 한다. 이후 준전문가인 패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한다. 서로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과 재반박은 일체 없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청중질의를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시간이 얼마 없으므로(대부분 식사시간 때문에) 질의하는 사람들은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대답은 형식적이다. 토론회가 끝났음에도 대중들은 혼란스럽다. 발제와 패널들의 논리 중에서 허점이 있었지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묻지 못했고 물었다 하더라도 대답을 못 들었다. 어떻게 되었든 주최 측은 만족한다. 토론회의 결과로 공론이 형성되었든 안 되었든 토론회를 거쳤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토론의 개최가 소수의 반대자들을 합의된 공론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으로 매도하기 충분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회의와 토론은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논지의 허점과 실행했을 때의 부작용이 전부 검토되는 것이다. 즉 어떤 발언도 즉시 허점과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공격을 받고 방어를 하게 하여야 한다. 그를 통해서 모든 제안 중에 가장 훌륭한 제안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토론은 대중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 대중의 합의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한다.
토론은 조사하고 논지를 정립하고 말하고 듣고 하는 동안에 계속적으로 비판을 해나가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당진시의 권장사항, 기업체의 제안 그리고 사회 시민단체의 주장도 모두 비판하면서 토론하여야 한다.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 요체이다. 그것이 이 지역과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제36회 심훈상록문화제의 부제가 ‘그날이 오면’, 슬로건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시작’으로 정해졌다. 이번 심훈상록문화제에는 당진의 중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새로운 토론법을 보여주기로 했다. 당진시의 문제, 나라의 문제 그리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의 아이들이 훈련을 하고 무대에 설 것이다. 모조록 그로 인해 지역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심훈 선생의 시 ‘그날이 오면’처럼 그날이 오면 내 가죽으로 북을 만든들 어떠하리.
조상연 심훈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 기획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