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줄 왼쪽부터)맹광호, 양낙진, 전춘복(회장), 김하기 선생님, 원종경, 김재범, 하성원, 백도식, 정윤식. (가운데)최용태. (아래 왼쪽부터)김기숙, 김영옥, 한성희, 송상순, 박재진
(뒷줄 왼쪽부터)맹광호, 양낙진, 전춘복(회장), 김하기 선생님, 원종경, 김재범, 하성원, 백도식, 정윤식. (가운데)최용태. (아래 왼쪽부터)김기숙, 김영옥, 한성희, 송상순, 박재진

“아이고,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혹시 저 기억나세요?”

친구의 얼굴에도, 선생님의 얼굴에도 옛날엔 없던 주름이 나란히 늘었다. 마음은 아직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그 시절 그대로인데 얼굴마다 시간이 지나간 흔적이 묻어났다.

지난 17일 당진의 한 식당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성당초 12회 동창생들이 모였다. 1년에 꼭 한번 씩 여는 동창회 모임이지만 이날은 52년 만에 선생님을 함께 뵙는 자리라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36세의 나이로 성당초등학교 교장을 시작했던 박동원 선생님과,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김하기 선생님이 어느덧 여든을 훌쩍 넘기셨다. 더 늦기 전에 따뜻한 밥 한 끼 선생님들께 대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960년 졸업 당시에 11명의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중에 세 분만 연락이 닿았어요. 6학년 담임선생님이셨던 정영진 선생님도 찾으려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이미 20여 년 전에 돌아가셨다더라고요. 예산에 사신다는 얘길 듣고 예산 전화번호부에서 정 씨마다 다 전화를 했었는데…. 더 일찍 찾아뵙지 못해 안타깝지요.” (원종경 성당초 12회 동창회 초대회장)

한 상 가득 차린 밥상을 앞에 두고 누구도 쉬이 수저를 들지 못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기쁨과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달했고, 제자들 모두 일어나 깊이 허리 숙여 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제자들은 떨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바짝 귀를 기울였다.

박동원 선생님은 “교장은 사실 외로운 자리에요. 찾아주는 제자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불러줘서 고맙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제 얼굴도 잘 기억해 내지 못해요. 그래도 지나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며 지냅시다”라고 말했다.

김하기 선생님 역시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초대를 받아 너무 기분이 좋다”며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얼굴들도 있고 옛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제자들도 감개가 무량하긴 마찬가지다. 지금은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30대 후반부터 1년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동창회를 열어 만나곤 했다. 서울, 인천, 대전, 군산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도 친구들의 경조사가 있을 때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선생님들을 찾아서 모셔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모두가 흔쾌히 마음을 모았다.

“오랜만에 ‘선생님~’하고 불러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이 나이가 돼서 선생님을 불러볼 일이 없잖아요. 많이 늙으신 선생님을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학교 다니던 그 당시가 생각 나 마음이 뭉클하네요.”(김기숙)

아쉬움을 남기고 선생님들이 먼저 떠나신 자리엔 그동안 동창생들의 못 다한 이야기가 만개했다.

“영식이가 그때 여자애들 고무줄 놀이할 때 고무줄 다 끊어놓고 다녔지.”

“얘는 이름이 맹광호라 별명이 맹꽁이었어.”

‘명물’ 최웅태 씨는 당시에 외우던 ‘이수일과 심순애’를 아직도 기억하고 그 자리에서 당시처럼 목청을 높여 한가락 뽑아냈다.

“목청은 똑같은데, 머리카락이 다 빠졌구먼. 땀도 줄줄 흘리고. 다들 늙었네 그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