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느덧 12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365일 중에 불과 보름을 남겨두고 서서히 한 해가 기울어가고 있다. 아울러 명심할 것은 우리가 이 땅에 살날이 그 만큼 줄어들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둥근 이 지구상에 조그만 땅 덩어리인 극동의 한반도, 그리고 남북으로 갈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분단국가인 나라, 이 땅을 올해도 생각한다면 필리핀처럼 강력한 태풍으로 몇 만 명이 죽어가는 비참한 대재앙이 없었고, 중동처럼 테러의 연속으로 죽어가는 국민들이 없었던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또한 북한의 3대 세습독재처럼 당에 반대한다고 수십 명을 기관총으로 무참히 난사해 죽여 버리는, 그런 무시무시한 체제가 아닌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왔고, 민주 체제라는 틀 속에서 올해도 자유롭게 각자의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국민들이 지식과 자유가 늘어나면서, 현실의 자유로움 속에 지난 역사를 망각한 채 감사하는 마음은 커녕, 자기존재가 누구인 줄도 모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돼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 현실의 존재는 언제나 과거와 연결돼있고, 현재는 미래와 늘 연결돼 있다. 오늘의 우리 현실의 자유를 누리기까지 6.25와 같은 과거의 뼈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현실의 민주화에 대한 불만족을 무책임하게 표출하는 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자유를 누리기까지 역사의 발전단계에서, 분단국가의 빈곤한 상황적 논리와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오는 있었지만, 특별히 북한과 같은 철저한 세습과 세계의 유일무이한 정치적 독재는 없었다고 본다.
우리는 지난 해방 후 조상들이 동아시아의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나름대로의 바람직한 역사를 창조해 왔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도 마치 작은 과오라도 발견되면 물고 늘어지며, 그것이 전체인 양 침소봉대하고 자기 생각에 반한다고 늘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러한 토양에서 어떻게 새로운 현실과 미래의 창조능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부를 통한 자유와, 지나칠 정도로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당연한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오늘에 있기까지 조상들의 노력과 피땀 흘린 정신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되며, 늘 감사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에 대하여 당연한 것처럼 여겨서, 조상들이 노고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늘 어둡고 부정적인 역사 인식으로 우리 내부를 채우고 세월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모세가 인도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역사를 보면 이집트를 탈출해 홍해를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정탐꾼 12명을 먼저 보냈지만, 그 중에 오직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그 곳은 살만한 땅이라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달했다. 나머지 10명은 절대로 들어가서 살 수 없는 땅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하자, 하느님은 그들을 죽이고 오직 여호수아와 갈렙만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했다.
이와 같이 부정적인 시각은 자신을 망치고 역사를 망친다. 한 해를 뒤돌아보며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먼저 무슨 일을 하던지, 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