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5일 당진 솔뫼성지를 방문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교황의 당진 방문은 한국 천주교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의미 있는 행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곳이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하게 될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탄생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솔뫼성지가 의미 있는 건 이곳이 단지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진은 내포의 중심이고, 내포는 곧 한국 천주교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서기 313년 로마제국에서 기독교(천주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기독교는 엄청난 박해 속에서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해 냈다. 하지만 공인 이후 교권이 성장하면서 국권과 갈등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면죄부 판매 등 종교의 추악하고 부끄러운 모습들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근대에 접어들어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고, 종교의 참된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정보의 젖줄이 된 바다길

이 무렵 조선에서도 왕정과 관료의 무능함과 부패가 심각해졌고, 이에 대한 백성들의 비판적인 의식 역시 향상돼 갔다. 조선에는 동학과 서학(천주교)이 들어왔는데 특히 실학자들을 중심으로 서학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타 지역에서 양반, 즉 엘리트 중심으로 서학이 퍼져나갔던 반면, 중국과 교역이 활발했던 내포 지역에서는 서민층을 중심으로 교리가 확산됐다.

예부터 넓은 곡창지대였던 이곳은 양반들의 수탈이 극심한 지역 중 하나였다. 이에 분노하며 신분질서의 변화를 열망하던 내포인들은 서학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과 교역하고, 서울로 특산물을 올려 보내는 교류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가면서 삽교천을 중심으로한 해로(海路)가 정보의 젖줄로써 역할을 했다. 이후 서민들에게 급격하게 전파된 서학은 학문을 넘어 종교로서 자리를 잡아 갔다.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18세기 말 내포 실학자들과 교분을 쌓고 있던 내포 천주교 사도 이존창의 딸 이멜라니아 여사는 김택현(김대건 신부의 할아버지)과 결혼하며 이 가문에 천주교를 전파한다. 천주교에 대한 갖은 박해가 있었지만 신자들은 목숨을 바치면서 신앙을 지켰고, 일부에서는 암암리에 종교를 전파해 나갔다.

당시 많은 신자가 생겨났지만 미사를 집전할 신부가 없었다. 김대건은 해외에서 유학하며 신학을 공부했고, 박해와 고난을 딛고 끝내 한국 최초로 신부에 임명됐다.

당진시청 문화관광과 남광현 팀장은 “내포의 천주교 문화는 서민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스스로 개척해 나간 역사적인 장소”라며 “순교의 장인 이곳은 결국 한국 초기 천주교 신자들의 사랑과 평화의 실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포, 그 중심인 당진은 ‘한국 천주교의 수도’”라며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안동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간 이후 안동 주민들 스스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서 자각했듯, 이번 교황 방문으로 내포 천주교의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