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드레스와 반듯한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신부가 입장한다. 새색시·새신랑답지 않은 주름과 새하얀 머리, 구부정한 허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아름답다. 청춘은 아닐지언정 그들에게 고스란히 남은 인생의 흔적이 아름답다.
지난 7일 당진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문정숙)가 주최한 금혼식이 진행됐다. 금혼식이란 결혼한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의식을 말한다. 부부가 서로 금으로 된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라고 해서 금혼식이라고 불린다.
50여 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14쌍의 어르신들이 두 손을 꼭 잡고 입장했다. 이어 한 자녀가 부모에게 올리는 편지를 낭독했고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편지를 읽는 사람도, 듣는 이들도 눈물을 흘렸다.
편지 낭독 이후에는 축하의 의미를 담아 새 이불과 커플 외투를 선물했으며 별나라어린이집 원아들과 경찰교육원 소속의 악대가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기념촬영으로 이날 금혼식을 마무리 했다. 금혼식 이후 이들은 1박 2일로 해미읍성과 아산 코미디홀, 꽃 식물원을 둘러보며 다시 만난 신혼의 달콤함을 만끽했다.
행사를 주최한 문정숙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희노애락을 같이 하며 한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들께 행복을 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금까지 건강히 살아오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온 가족이 효를 깨닫고 부모공경이 우러나오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혼식 참가 명단>
△박용모·서은석(합덕읍) △김기택·김정자(고대면) △차규환·김정자(대호지면) △배해동·김순례(면천면) △배건수·문희임(우강면) △이재국·고광애(송산면) △최병은·강정규(당진2동) △성창모·이규명(송악읍) △김희석·박지원(석문면) △박용대·배옥순(정미면) △오영조·김정자(순성면) △서홍석·박순배(신평면) △강근식·김계익(당진1동) △김문기·이재홍(당진3동)
인터뷰 김문기♥이재홍(79, 당진3동)
“높은 산·낮은 산 함께 넘어왔지”
꽃다운 나이 24세에 만나 지금껏 살아보니 어느덧 여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삼(한국 고유의 여성 예복)에 족두리 하나 쓰고 결혼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딸 하나, 아들 둘을 낳고 잘 키워 이제는 각자 삶의 터전에서 살아가고 있다.
꼿꼿했던 김문기 씨의 허리는 세월을 만나 굽었고 검게 찰랑거렸을 이재홍 씨의 머리칼은 어느덧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6대 독자인 김문기 씨를 만나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했다는 이재홍 씨는 “다음 생에는 남편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내 행복, 내 도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 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 곁에서 평생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다.
아들 김남홍 씨는 “지금까지 고생한 부모님이 금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했다”며 “부모님이 남은 인생 편히 사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문기 씨는 몇해 전 사고로 넘어져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대퇴부 골절 소식과 함께 위암 초기라는 말을 전했다. 엎친 격 덮친 격으로 집에 화재가 나 전소해 버렸다. 함께 한 세월을 담은 사진들도 모두 불에 타버렸다.
“세상에는 높은 산과 낮은 산, 보통의 산이 있어요. 나는 다 넘은 것 같아요. 이제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이게 내 복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싶어요. 오늘 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니 새삼 청춘 같아서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