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시대를 살면서 다양한 문화트렌드를 경험한다. 그 다양한 트렌드는 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 시대의 문화를 분류하는 틀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다. 흔히 말하는 것으로 세대개념을 적용한 신세대문화와 구세대(기성세대)문화, 문화의 성격을 적용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등을 들 수 있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문화학자인 레이몬드 월리엄즈(Raymond Williams 1923~)는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변화 사이의 관계를 연관지어 적용한 문화분류 틀을 제시했다. 월리엄즈는 부상하는 문화, 지배적인 문화, 잔여적인 문화로  분류했다.

부상하는 문화는 그 시대의 새로운 유형의 문화작업으로 실험적인 것, 전위적인 것 등의 작업이 이에 속한다. 부상하는 것의 특징은 그 시대의 가장 앞선 작업이기에, 동시대의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익숙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대중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작업 중 일부는 의미를 갖는 작업으로 평가되며, 그중 대중에게 선택된 것은 다음시대의 지배적인 문화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지배적인 문화는 동시대의 생산과 재생산의 지배구조를 가진 문화로, 사회구성원으로부터 호응을 받는 문화이다. 대중문화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대중성을 가진 것만은 사실이다. 지배적인 문화는 전시대에는 부상하는 문화였고, 그중 사회구성원에게 선택된 문화가 당대에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잔여적인 문화는 과거에, 서로 다른 시대에 형성되었으나 여전히 현시대에 존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문화를 의미한다. 잔여적인 문화는 과거에 지배적인 문화였다는 성격을 갖으며, ‘고전’이라 불리는 문화들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가끔은 지배적인 문화에 대한 대안문화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한 시대의 문화는 ‘부상하는 문화-지배적인 문화-잔여적인 문화’로 동시에 존재하지만, 다음 시대에는 ‘부상하는 문화는 지배적인 문화로’, ‘지배적인 문화는 잔여적인 문화’로의 이동구조를 갖는다.

부상하는 문화가 지배성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데, 지배적인 문화의 특징인 대중성을 가져 부상하는 문화이자 지배적인 문화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서태지가 그러한 경우다. 그는 당대에 부상하는 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적인 문화였다. 그는 다음시대가 아닌 동시대에 부상하는 문화로 등장하자 바로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지금은 잔여적인 문화가 되어 있다.

지금도 수많은 문화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선택된 것만이 부상하는 것이 되고, 이어서 지배적인 것이 되며, 후에 잔여적인 것으로 역사에 남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