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바람이 통통하게 잘 여물었다. 풀벌레 소리로 문장을 지어 낭송하며 쏟아지는 금가루 달빛을 받아 저축해 놓고 적막할 때 풀어 놓았으면 참 좋겠다.

그것 보다 이것저것 다 떨치고 한 짐 싸서 고향 부모님 곁으로 가고 싶은 한가위 날이다. 결혼을 하고부터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보다 시댁에 가서 차례 준비하느라 더 바쁘게 보낸다. 늘 친정은 뒷전으로 명절 다음날 아니면 나중으로 미루어 기약 없이 되어버린다. 시댁은 동두천이고 친정은 안동이라 거리상 휴일이 많은 날 아니면 거르기 일쑤다. 일년 중 달을 가장 많이 보는 올 한가윗날에도 시댁의 아파트 사이로 보름달을 보아야 했다.

보름달이 온통 아버지 얼굴로 넉넉한 미소를 보낸다. 한가윗날이 다가오면 아버지께서는 상어 고기와 문어, 간 고등어, 안동소주를 사 오시곤 했다. 광에 넣어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키고 명절날 아침이면 문어와 상어, 간 고등어를 어머니께 삶게 하셔서 긴 꼬치에 끼워 산적을 만들어 높이 쌓아 차례상에 올리셨다. 차례를 지낸 안동소주로 음복하는데 어른부터 막내까지 한 입씩 마시게 해서 독한 안동소주에 길들어진 나는 지금 술자리를 좋아하는 애주가가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께 예의 바르게 배워서 주정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는다.

친정에 가면 아버지와 주거니 받거니 흥에 겨우면 노랫가락이 나오고 젓가락 장단에 ‘홍도야 우지 마라’를 구성지게 부르시던 아버지는 꽹과리를 꺼내 흥을 돋우시면 술을 한 잔도 못 마시지만 더 분위기를 높이는 어머니의 어깨춤으로 마무리하신다. 안동 유교 정신으로 교육을 받고 엄하게 자랐지만 가족 간에 화기애애한 술 문화 교육도 받았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모임을 하고 2차 문화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안의 흥이 부모님께 물려받은 아름다운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흥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멀리 보면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조상의 DNA. 면면히 흘러온 민족성의 표출을 잘하는 것이 아닐까? 휘영청 꽃가지가 휠 정도의 달빛에 아버지의 노랫가락과 안동소주의 멋들어진 조화, 졸작이지만 나의 시어로 흥에 겨운 한가위를 맞이해 보고 싶다.

“열심히 사는구나. 그래! 시댁에 잘하고 형제간에 화목하여라.”

늘 입버릇처럼 전해주시던 당신의 말씀을 되새겨 보며 두 손을 모아 본다. “달님! 높은 산에 오를수록 내 키가 작아 보이듯이 겸손하게 살게 하옵시고 부모님과 가족과 흥에 겨운 한가위 맞이하게 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