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은 분단 독일이 하나의 통일 국가로 거듭난 날이다. 1990년 동·서독 정부는 분단의 역사를 종식하고 독일연방공화국이라는 단일 국가를 선포했다. 독일정부는 올해 통일 25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역사적 기념일을 맞이하며 독일사회에 요즘 대두되는 정치적·사회적 문제가 있다. 동유럽국가를 넘어 밀어오는 수만 명의 전쟁 난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시리아에서 자국 내 전쟁을 피해 망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유럽연합(EU)이 추산하고 있는 2015년 난민 신청 예상자는 약 100만 명에 이른다. 실제로 레바논과 요르단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들은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유럽행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지난 9월 17일 1만4000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헝가리를 통해 독일에 도착했다. 이번 시리아 난민들의 대이동에서 독일로 향한 첫 번째 입국이었다. 이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우려했던 문제가 가시화 된 것인데, 지난 8월 16일 "난민문제가 그리스의 경제난보다 더욱 심각할 것"을 스스로 경고했었다. 그리고 지금 서유럽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난민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진입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EU 차원에서 강구되고 있는 난민문제는 지난 9월 23일 브뤼셀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두 가지 정책들로 구체화 된다. 첫 번째, 시리아 주변지역 난민구호를 위해 유럽연합은 10억 유로의 추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는 증가하는 난민들의 유럽진입을 원천지역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 현재 유럽 내 거주하는 약 12만 명의 난민들을 전 유럽연합국가로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대부분의 난민들이 독일 입국을 희망하고 있는 현실에서 독일정부가 강력히 제안했던 것으로, 향후 독일은 약 3만 명의 난민만을 수용하게 되는 제한선을 공식화 했다. 독일은 난민문제를 유럽연합의 총체적 문제로 관철시켜 전체 유럽국가들이 연대의 차원에서 공유, 부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시켰다. 이 같은 결정 과정에서 국가 간의 이견들이 충돌했고,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독일의 난민정책을 ‘도덕적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다.
난민문제에 대한 독일 국내의 재빠른 대처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독일정부는 난민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존엄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강조했고, 주정부와 지자체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난민정책 예산 30억 유로를 증액했다. 그리고 연방 내무부 난민관리규정을 강화하는 입법안을 계획 중인데, 난민 지급 수당을 축소하고 엄격한 추방규정을 강화하며, 망명권 승인이 가능한 난민신청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서유럽으로 밀려오는 난민들의 대규모 이동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사회에 이민자 수가 갑자기 증가하면, 사회복지 부담금이 증가하고 사회 내 소외계층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소외계층은 사회 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볼 때, 이민자들의 대규모 유입은 값싼 노동력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서유럽과 같은 노동력 고비용 국가에서 필요한 사안이다. 군사적 이익 또한 가시화된다. 독일 외교부와 국방부는 시리아 분쟁을 막기 위해 요르단, 이라크, 튀니지, 말리, 나이지리아 국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2016년 1억 유로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하기로 밝혔다. 난민문제에서 서유럽국가들은 자국의 득과 실을 계산하고 있다.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 내 분쟁과 전쟁을 피해, 안정과 평화를 찾아 서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2015년 10월 3일, 독일은 자국의 통일을 기념하는 동시에 단일 유럽을 건설하기 위한 커다란 난관에 부딪쳤다. 독일정부는 인간의 존엄성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의 난민정책을 ‘도덕적 제국주의’라고 비판하는 질타 또한 있다. 자국의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외교정책이 난민정책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유럽과 독일이 당면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는 이들이 상정하고 있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이러한 가치는 정치적인 선동 구호로 표명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정책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이들의 선택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보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길 때, 하나의 유럽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번의 통일을 준비하는 독일을 주목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