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책 중심의 선거를 위해 당진시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다뤄야 할 8가지 지역 의제(△송전선로 △평택당진항 매립지 분쟁 △전통시장과 원도심 활성화 △철강산업 중심에서 산업구조 다변화 방안 △농업 정책 △복지 정책 △도시계획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선정해 ‘이것만은 해결하자’ 시리즈를 보도한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당진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당진시장 등 관계 공무원들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한전은 삼성전자 반도체단지가 들어설 평택 고덕산단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북당진변환소를 추진 중인 가운데 당진시가 변환소 설치 허가를 반려하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중화율 0.47% 불과

이미 189km에 이르는 송전선로가 지나며 526개의 송전탑이 설치돼 있는 당진시는 경북 경주(698개)와 포항(547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송전탑이 가장 많이 설치돼 있다. 게다가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서울시의 경우 90%, 인천시 65%, 대전시 29%인 반면 당진의 지중화율은 0.47%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1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당진을 ‘철탑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송전선로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을 따라 암 환자 발생이 많다는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주민 건강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경관을 훼손하는 등의 문제로 지가 하락까지 이어져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은 재산상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변환소 건립과 추가적인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일부 지역에서 한전과 협의했다 하더라도 송전선로에 대한 지역 전반에 걸친 거부감은 크다. 때문에 김홍장 당진시장은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당진시에 추가적인 송전선로를 건설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전 측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고 “그동안 북당진 변환소 건축을 위해 건축법에서 정하고 있는 모든 법적인 요건을 충족시켰고, 주변마을 주민들과 합의하는 등 당진시에서 요청한 사항을 모두 완료했지만 당진시는 건축허가와 무관한 사유를 들어 허가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사업인 북당진 변환소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부당한 행정기관의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과 함께 책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사법적 판단을 구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대기업 중심 정책” 비판

한전이 추진하는 북당진 변환소는 교류전류를 직류로 바꿔 평택의 고덕산업단지에 송전하기 위한 시설로, 이 시설이 설치될 경우 당진화력에 이르는 33.2km의 구간에 80여 개의 345kV 송전철탑이 추가 건설된다는 데 있다.

반면 북당진 변환소에서 평택 고덕산업단지까지 34.2km의 구간에는 초고압직류송전방식(HVDC)으로 송전하며, 전면 지중화로 시공할 예정이다. 북당진 변환소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설치되는 송전선로 중 충남 당진 구간 33.2km에는 철탑으로 건설하고 경기도 평택 구간 34.2km은 전면 지중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은 한전이 대기업·수도권의 이익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지역에서는 소송을 불사하며 10억 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등 당진시와 공무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한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송전선로 문제는 당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또는 도시 소비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지역이 희생돼야 하는 것은 지역적 불균형 차원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진시 송전선로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종식, 이하 대책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명백한 지역차별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한전의 방침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피해보다는 대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재벌공화국의 민낯”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중화 비용 소비자가 부담하라”

한편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송전선로 설치 관련 법령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법무법인 지평의 정광현 변호사는 “현재 토지소유자가 이미 설치된 송전철탑의 지중화를 요청할 경우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전기사업법의 규정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의해 전기사업자와 도시 및 공장지역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보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정부와 한전에서는 송전선로 설치사업을 공익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익사업은 ‘타당성’과 ‘검증’, ‘의견수렴’이 보장돼야 하는데 전기 관련 법률은 이 세 가지가 없다”면서 “송전선로를 세우는 것이 맞느냐부터 검토해야 하는데 주민들은 노선 선정만 검토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