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문화계 종합창구되어야
단발적ㆍ일회적 행사보다 장기적인 기획필요
문화계에서 볼 때 지난 한해는 비교적 풍성했던 한 해였다. 몇몇 특수층이 누리던 문화가 주민이 함께 향유하는 문화로 이전해가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우리군의 대표적인 문화제 상록문화제가 20회째 성년을 맞아 대중적으로 기획되었고 처음으로 제정된 심훈문학상이 수여되었으며 당진미협의 창립은 미술계 뿐만아니라 우리지역 문화계의 커다란 성과였다.
96년 말미를 장식한 합덕을 비롯한 서부권 5개면을 중심으로 한 ‘소들문화축제’심포지움은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문학의 해」로 지정되었던 지난해, 지역문인들의 창작의욕을 돋구기 위한 창작기반 마련이나 문학의 토양을 넓히기 위한 문학계의 노력이 전무하여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해 8월은 심훈의 달로 지정돼 심훈육필원고 전시회가 중앙에서 열리는등 대외적으로 우리지역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된 한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지난해 문화계의 활동은 어떤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기 보다 과거의 정체감에서 벗어나려는 활발한 시도들이 추진된 데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화계 내부의 냉정한 평가와 자기비판이 있기를 기대한다.
미협외 예술분야 평범한 한해
미술 , 음악, 사진, 문학등 문화예술 각 분야를 통털어 올해 최고의 성과로 꼽히는 것은 단연 당진미협의 창립이다. 당진에서 처음으로 중앙협회지부가 결성되면서 예총지부 결성의 물꼬를 터줌과 동시에 중앙차원에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된 최초의 단체가 된 셈이다.
미협내부의 성숙은 물론 각종 전시회를 비롯한 행사들이 알차게 펼쳐져 지역에서도 문화적인 향유가 가능해지길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협은 작품활동의 성취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의 대중화에 대한 책임감을 다시한번 내부적으로 환기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학계에선 지난 한해도 예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해였다. 문학의 해로 지정돼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봄직 했지만 문화원에서 벌였던 문학의 해 기념전이 문학의 해로 지정되어 펼쳤던 행사의 전부였다.
문학계내에서도 문학의 해라고 해서 특별하게 활발한 움직임은 없었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는 데도 지역문인들이 나서지 못했던 해였다고 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학계에서는 창작활동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교류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형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게 오히려 무리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음악과 사진 또한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한 해였다. 상록문화제때 음악의 밤 행사를 치렀다던지 사진클럽들간의 연합전을 가진 것과 나름대로 매년 개최해오던 정기전과 한두차례의 공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올 한해 좀 더 지역주민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공연문화, 전시문화를 갖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자체적인 성숙도 꾀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문화원 종합적인 채널 가져야
본격적인 민선자치가 펼쳐졌던 지난 한해, 당진군의 모든 문화정책은 문화원을 통해 표면화되었다. 보다 엄밀히 말한다면 군은 사업예산 1억여원을 문화원에 지원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대신했다.
문화원은 2월부터 매월 청소년어울마당을 열어 레크레이션, 연극공연, 놀이마당, 문화유적지순례등을 실시했으며 처음으로 중국민속공예전을 열었다. 또한 당진군 가요보급 노래자랑, 문화관련 책발간, 문학의 해 기념사업으로 예쁜그림엽서전, 독후감공모전, 시화전등을 열기도 했다.
주부들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취미생활차원에서 문화교실을 열어 꽃꽂이, 중국어, 영어, 사진교실등을 개강해 주부들의 참여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원의 문화사업이 양적으로 풍성한 한 해였으나 질적인 성숙은 따라주지 못했다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가 대부분의 문화예술인을 배제한 채 문화원 회원들의 잔치로만 끝나 오히려 문화예술인과 문화원의 사이를 멀게 만든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문화원에서 수행해야할 역할 중의 하나인 지역문화예술단체의 지원은 지난 한해를 통털어 전무했다.
‘96년 문학의 해 기념’이라는 타이틀로 가졌던 문화원 행사들조차도 지역문학계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문학계 한 인사는 “문학의 해로 지정되었던 지난해 그나마 문화원에서 문학의 해 기념사업을 몇차례 가진 바 있으나 문학인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문학에 대한 실질적인 주민관심을 높인다는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일회적으로 끝나고 말았다”며 “이러한 행사위주의 사업보다는 자역문인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등 창작기반 조성에 오히려 역점을 두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는 문학계 뿐만 아니라 문화분야 전반에 걸쳐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문화원은 지난해 수없이 많은 행사를 치렀지만 정작 문화예술계 내부역량을 강화시켜주거나 주민의 문화ㆍ교양수준을 높여주었다는 평가는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누구의 잘못이기에 앞서 문화원 내부와 주변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은 현재 문화예술계의 다양하고 수준높은 발상들을 종합적으로 수용하는 채널을 갖지 못해 대부분의 사업을 몇사람의 개인적인 아이디어에 의존해 단발적으로 치르고 있다. 문화원의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문화원 뿐만 아니라 문화계의 주요과제다.
민간문화역량 결집이 과제
지난해는 우리군의 대표적인 문화제인 상록문화제가 민선자치이후 제대로 처음 열리는 동시에 20회가 되면서 성년을 맞은 해였다. 그만큼 종전에 개최해 오던 것과 차별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행사기간내내 심훈육필원고 전시회가 열려 60년만에 처음으로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 「오오 조선의 남아여」를 비롯, 소설 「상록수」, 「영원의 미소」등이 공개되었으며 상록수의 모델이 된 부곡리 공동경작회원들의 사진을 비롯하여 심훈선생이 생전에 주고 받은 명함등 심훈선생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품들도 함께 전시돼 문화제의 의의를 더했다.
또한 시장오거리에서 열린 어울마당은 향토음식판매, 도자기 만들기, 초상화그려주기, 가훈써주기, 풍물공연등이 열려 축제분위기를 더했다.
그동안 외지인들 차지였던 야시장도 주최측 주관아래 열려 어느때보다도 주민들의 발길을 끌었으며 향토야시장이 문화제의 흥을 돋구는데 한 몫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 공모한 심훈문학상 수상작인 신옥철의 「상록수에 내리는 비」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록문화제는 주민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연 반면에 단위행사 주최측의 행사관리는 여전이 미약했고 차별성있게 준비한 어울마당과 향토야시장도 시작단계에서 다소 허술했던 점과 20주년에 걸맞는 행사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서적 주민 일체감 조성해야
지난 한해 문화계 말미를 장식한 것은 소들문화축제에 대한 필요성의 제기를 들 수 있다.
합덕을 중심으로 한 우강, 신평, 면천, 순성 등 서부 5개 지역의 문화욕구가 표출된 소들문화축제 심포지움은 일차적으로 학술세미나를 통해 주장됐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군단위 행사로 이미 20년째 상록문화제가 개최되어 오고 있는 가운데 서부권 지역축제가 하나 생김으로 인해서 당진관내 문화제가 양분될 가능성과 함께 지역정서에 틈만 생길 소지가 있다는 것. 물론 소들문화축제가 12개 읍면을 같은 주제로 묶을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가질 수 있다면 문화계와 주민전체가 심각하게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하지만 문화계의 우려는 단지 몇개 지역만을 결합하는 문화제가 상록문화제와 분리돼 전개된다면 당진군이라는 정서적인 일체감을 갖게 하는 문화제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다.
따라서 지방자치시대에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지역대화합, 수년간 상록문화제가 개최되어 오면서 주민대화합을 저해했던 합덕읍 및 서부지역주민들에 대한 당진읍민들의 배타적인 자세도 속히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 예산주고 뒷짐지지 말아야
자치군정이 실시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문화예술 분야의 정책 또한 커다란 변화를 기대했던 한 해였다. 그러나 얼마만큼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했느냐는 반문해볼 소지가 다분하다.
물질적인 발전을 위한 노력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지만 문화적인 성숙을 기약하는 행정적인 지원이나 정책적인 면에서도 미약했다는 평이다.
문화원을 통해 표출되는 군의 문화정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당진지역의 특징을 살린 전통문화를 살리고 새로운 문화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는가 하는 것이다.
한 문화인은 “4백년이나 이어져 내려오는 기지시줄다리기와 같은 충분한 문화가치를 지닌 유산이 지역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지역감정으로 인해 당진인의 축제, 전국적인 축제로 발돋움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며 이를 위한 군의 정책적인 대안의 부재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장기적인 문화발전에 대한 청사진은 불투명했다. 지난해 군의 문화정책 부재를 질문할 때마다 ‘문화원이 하고 있지 않느냐’며 전권을 위임한 채 뒷짐지고 있던 군의 태도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예산이 전체군민을 위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쓰이는지 검토할 의무가 군에는 있기 때문이다.
발전적인 전망을 위해
올해는 문화원 신축이 가시화 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이 지역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예술인들과 이를 향유하는 지역주민들간의 가교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도 지난한 해 문화원을 통해서나 자체적으로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마련했지만 올해 문화학교로 지정된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과 여성계 내부의 자체적인 노력에도 상당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 지난해 지역문화계에 새로운 문제제기가 된 소들문화축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가 구체적으로 분출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 뒤에 진정한 지역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위한 선결과제들 또한 남아있으므로 추진하는 측의 이에대한 연구와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올 한해 문화예술분야가 한껏 발돋움하는 해가 되는 것이 문화계와 지역주민들의 바램이다. 오늘의 문화정책이 바로 내일의 문화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